2년여전 김영삼(金泳三) 전대통령에게 붉은색 페인트가 담긴 달걀을 던졌던 박의정(74.샌프란시스코 거주)씨는 31일 진승현 게이트의 핵심인물 김재환 전MCI코리아 회장 등 미국으로 도피한 '권력형 비리사범' 검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창립된 재미한인단체 '한미범인인도협력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씨는 이날 위원회 명의로 '김재환 도피와 정부의 역할'이란 성명을 내고 "컴퓨터 조회 한번으로 출국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검찰이 상당기간 무엇을 하다가 이제와서 국민을 실망시키는 것은 색출 노력은커녕 소재 파악조차 하지 않았다는 반증"이라고 지적했다. 성명은 "(지난 97년 약혼녀를 살해하고 미국으로 도피하다 작년 10월 체포돼 한국으로 강제송환된) 최수혁.정효실에도 로스앤젤레스 교포의 제보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면서 "인상구별에 익숙치 못하고 생활권이 다른 미국 수사기관보다는 미 전역에 조직된 본위원회를 활용하는 것이 범인 색출과 사건해결의 첩경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명은 "해외동포들의 애국심을 외면하지 말고 하루속히 당국의 협조가 있기를 바란다"며 "정보가 입수되는 대로 (검거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씨는 전화통화에서 "조국의 부정척결을 돕기 위해 위원회를 결성하고 법무부에 도피범 색출에 필요한 신상정보를 요구했으나 `업무처리에 참고하겠다'는 답변만을 접했다"면서 "이런 무성의한 태도는 정부의 부정척결 의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고 말했다. 박씨는 "권력형 비리사범.파렴치범.흉악범.경제사범들이 부정한 재력으로 성실하게 살아가는 교포들에게 위화감을 조성하고 교포사회를 오염시키고 있다"며 "그러나 도피범들이 우리 주변에 은신하고 있기 때문에 인상착의만 알면 숨을 데가 없으며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소재파악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박씨는 99년 한미범죄인인도조약 체결을 계기로 설립된 위원회가 워싱턴.뉴욕.LA.샌프란시스코 등 미 15개 도시와 괌.캐나다에 지부를 두고 전직 수사관과 군고위직 출신 등 수백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25년전 미국으로 이민온 박씨는 지난 99년 6월3일 김포공항에서 일본으로 출국하려던 김영삼 전대통령의 얼굴에 페인트 달걀을 던진 혐의로 구속기소돼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석방됐었다. 박씨는 자유당 시절 장면(張勉) 총리의 민정비서를 지냈으며 계엄령포고령 위반과 한일회담반대투쟁 등으로 투옥된 바 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권오연 특파원 coowon@a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