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승현 게이트'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신광옥 전법무차관과 김은성 전 국정원 2차장 구속으로 기세를 올렸다가 사건의 핵심열쇠로 꼽혔던 김재환씨가 해외로 출국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실상 중단위기에 처했다. 특히 검찰은 지난 28일 김방림 의원을 전격 소환했지만 김재환씨의 진술이 없어 내사중지 결정을 내린채 정치권 연루의혹에 대한 수사를 뒤로 미룬 상태다. 그러나 검찰이 이번 재수사를 통해 그간 시중에 떠돌았던 '진게이트' 관련 소문들이 일부나마 사실이었음을 밝혀냈다는 점은 성과로 꼽히고 있다. ◇ 재수사 성과 = '진게이트'에 대한 검찰 재수사는 정성홍 전 국정원 경제과장이 작년 4월 진씨로부터 금감원 로비무마 명목으로 1억5천여만원을 받은 사실을 밝혀내고 정씨를 구속하면서 순조로운 시작을 보였다. 다음 타깃은 김은성 전 국정원 차장이 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검찰은 15일 민주당 당료출신 최택곤(57)씨를 진씨로부터 로비자금으로 1억5천900만원을 받은 혐의로, 22일에는 최씨를 통해 진씨 돈 1천800만원을 받은 신광옥 전 법무차관을 전격구속하면서 기대감을 부풀렸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작년 10월 김재환씨로부터 진씨 변호인 선임비를 받아 1억2천만원을 횡령한 사업가 박모(41)씨와, 진씨의 지방소재 금고 인수과정에서 진씨 돈을 받은 지방은행 고위임원을 구속하는 부수적인 소득도 얻었다. 검찰은 24일 진씨 돈 5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김은성 전 차장까지 구속하면서 게이트 주역들에 대한 신병처리를 매듭짓고 이른바 '진승현 리스트'와 '김재환 리스트'에 대한 수사에 본격 착수했다. 검찰은 작년 4.13 총선 직전 진씨로부터 정치후원금으로 5천만원을 받은 허인회씨를, 민주당 김방림 의원을 26일과 28일 잇따라 소환하는 등 정치권 수사를 향한 발빠른 행보를 보였다. 그러나 검찰은 허씨에 대해서는 사법처리가 어렵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으며, 김 의원도 혐의를 극구 부인하는데다 김재환씨의 진술이 없다는 이유로 29일 내사종결, 정치권을 겨냥했던 칼날을 접고 말았다. ◇ 향후수사 = 검찰은 김재환씨가 관여하지 않고 정성홍 전 과장이나 김은성 전차장이 연루된 로비의혹을 규명하는데 수사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도 "김씨가 없다고 수사에 손을 놓을 수는 없다"며 "우선 진씨를 비롯, 정씨와 김 전차장을 상대로 `리스트' 부분에 대한 수사는 계속된다"고 밝혔다. 검찰은 특히 작년 10월 수배중이던 진씨를 은신처까지 찾아가 접촉한 사실이 드러난 김 전차장이 예상보다 '진게이트'에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판단, 김 전차장에 대한 보강수사에서 진씨의 또다른 로비행각을 밝혀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수뢰혐의를 강력히 부인해오던 김 전차장이 구속 이후 일부 혐의를 시인하는 등 태도변화를 보이고 있고 진씨의 입도 서서히 열리고 있는 점 등에 검찰은 기대하고 있다. 진씨는 지난달 1심에서 징역 7년이라는 중형을 선고받고 심경변화를 일으킨 탓인지 검찰의 집요한 설득과 추궁에 조금씩 입을 열면서 김 전 차장과 정 전 과장을 구속하는데 기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김재환씨의 신병이 확보되지 않는 한 검찰수사는 '진게이트'의 실체에 접근하지 못한 채 언저리에서 떠도는 파행수사를 면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진씨가 김 전차장의 소개로 김재환씨를 MCI코리아 회장으로 영입, 로비창구로 활용했던 만큼 검찰이 게이트 전모를 제대로 파악하고 이에 연루된 정. 관계 인사들의 사법처리를 위해서는 김재환씨의 진술이 필수적이기 때문. 이에 따라 검찰은 외교부에 김재환씨에 대한 여권 유효기간 연장금지를 요청하는 한편 미국 정부를 상대로 비자 유효기간 연장금지를 비롯, 강제출국이나 범죄인 인도를 요청하는 등 신병확보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김재환씨의 출국을 한달 이상 몰랐다는 여론의 비난도 있지만 이제까지 행적이 묘연했던 김씨가 미국에 체류중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이상 신병확보가 오히려 빨라질 수 있다"며 낙관론을 펴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조계창 기자 phillif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