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환 전 MCI코리아 회장이 지난달 미국으로출국한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검찰의 진승현 게이트 재수사가 상당한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특히 검찰은 김씨가 출국한 직후 출국금지 조치를 취하고 한달 이상 김씨의 출국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밝혀, 김씨의 출국사실을 정말 몰랐는지 여부를 두고 논란이 예상된다. 국가정보원 간부 출신인 김씨는 작년 검찰수사 때 민주당 김방림 의원에게 5천만원을 건넸다고 진술, 일찌감치 정.관계 로비의혹을 풀어줄 핵심인물 중 하나로 지목을 받아왔다. 검찰 등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달 14일 버젓이 자신의 여권을 이용해 인천공항을통해 미국 로스앤젤레스행 비행기로 출국했다. 검찰은 김씨의 출국 하루 뒤인 15일 김씨가 김 의원에게 5천만원을 줬다는 언론보도를 접하고 법무부에 즉시 출금을 요청했으며, 이 과정에서 두차례 전산조회를한 결과 국내에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출국신고서가 전산입력되는데 보통 1∼2일 가량 걸리기 때문에 출금 당시에는김씨의 출국사실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검찰은 이런 사실을 모른 채 현상금 1천만원과 함께 1계급 특진을 걸고 김씨의 검거에 주력해왔으며, 특히 최근에는 추적에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검찰이 김씨의 도피를 돕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의 승용차와 추격전을 벌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때 김씨의 검거는 시간문제가 아니냐는 희망섞인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검찰은 지난 21일 김씨의 집을 압수수색한 결과, 인천공항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사용한 김씨 개인회사의 법인신용카드 내역을 발견했고, 실제 카드사용자의 신원파악을 시도했지만 확인절차가 쉽지 않았다. 결국 검찰은 다시 전산조회를 통해 뒤늦게 한달 이상 지난 뒤에야 김씨의 출국사실을 알게 됐다는 것. 검찰 관계자는 "김씨가 국내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재수사 착수와 동시에출금을 요청했으며 김씨의 출국사실을 미리 알지도 못했고 감춘 적도 없다"고 해명했다. 어쨌든 김씨의 해외도피로 검찰수사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공통된 지적이다. 김씨는 김 의원과 정성홍 전 국정원 과장에게 실제 돈을 전달했는지 여부를 확인해줄 결정적 인물인데다 진씨의 구명로비 과정에서도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또 '김재환 리스트' 등 정.관계 로비의혹이 담겼다는 각종 리스트 의혹을풀어주는데도 핵심열쇠를 갖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검찰은 그러나 김씨의 신병확보를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는 한편 지금까지 확보한 여러 정황증거를 토대로 수사의 고삐를 조금도 늦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공병설 기자 k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