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스러워하는 어머니를 지켜보는 것보다 제 신장을 떼어 드리는 게 더 마음이 편했습니다" 2002학년도 경희대 정시모집 이학부에 지원한 최근호군(18·서울 양천고 3년)은 27일 오전 9시부터 서울대병원 7215호 병실에서 1백50분 동안 논술고사를 치렀다. 만성 신부전증으로 신장이식을 받지 않으면 평생 혈액투석 등 치료를 받아야 하는 어머니 이미숙씨(49)에게 지난 26일 자신의 왼쪽 신장을 떼어줬기 때문. 최군은 어지러움은 물론 체중 감소 등으로 병세가 갈수록 악화돼 가고 있는 어머니를 위해 비록 논술고사를 하루 앞둔 상황이었지만 수술 일정을 앞당길 수밖에 없었다. 수술 후 물 이외에는 아무것도 먹지 못한 최군은 "어머니께서 '자식의 몸에 어떻게 칼을 대냐'며 신장 이식을 극구 반대했지만 자식된 도리로서 그냥 있을 수 없었다"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보증금 5백만원에 월 36만원의 사글세를 살며 힘겹게 생계를 꾸려가고 있는 아버지 최종갑씨(49)는 "아들이 올바르게 자랐다는 생각에 대견스럽다"면서도 2천만∼3천만원에 이르는 수술비와 치료비를 걱정했다. 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