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국민은행 살인강도 용의자에 대한 몽타주가26일 목격자들의 신고에 따라 확보되면서 이들의 범행 전말이 속속 드러나는 등 경찰의 수사가 활기를 띠고 있다. 경찰은 이들이 사전에 치밀한 계획에 따라 경찰관의 총기를 탈취하고 범행차량을 훔친 뒤 사전 10여 차례에 걸친 모의 연습까지 마치고 범행을 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이 파악하고 있는 범행 가상 시나리오는 이렇다. 경찰은 20대 후반에서 30대의 범인(3명 이상)들이 지난 10월 15일 대전시 송촌동 주택가 골목길에서 순찰 중이던 노 모(33) 경사를 훔친 승용차로 치고 권총을 강탈한 뒤 차량을 인근 길가에 버리고 달아났다. 이어 경기도 수원과 연고가 있는 범인 중 1명이 지난 1일 범행에 사용할 차량을 물색하던 중 경기도 수원시 영통동 길가에 시동을 켠 채 새워둔 그랜저XG 5432호를 훔쳤다. 이들은 대전으로 내려와 범행 후 사용하기에 쉬운 은행 현금수송차량을 털기로 뜻을 모은 뒤 20여일 동안 범행 대상을 물색하기 시작했다. 범인들은 수원에서 훔친 승용차의 번호가 일렬로 돼 있는 데다 은행주변을 배회할 경우 주민들의 눈에 쉽게 띨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이 차량의 이용은 되도록 피하고 차 안의 모든 지문을 기름 걸레로 닦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들은 제2의 차량을 이용해 국민은행 용전동과 둔산동지점을 오가며 현금수송차량과 시간 등을 수차례 확인하고 구체적인 범행 모의에 들어갔다. 범행장소를 국민은행 둔산동지점으로 택한 것도 이곳 지하 주차장에 폐쇄회로TV가 설치되지 않았고 범행시간이 인적이 뜸한 아침시간과 주차장의 조명이 비교적 어두워 범행장소로 적합했다는 판단이 섰을 것으로 보고 있다. 2명의 범인들은 2-3분 내에 신속하게 범행 후 130여m 떨어진 또 다른 공범이 대기하고 있는 황금빌딩 지하주차장에 도착, 범행에 사용한 승용차를 버리고 빼앗은 현금가방을 대기 차량에 옮겨 신고 신속하게 대전시내를 벗어났을 가능성이 높다. 이들이 범행에서부터 현장 주변을 완전히 벗어나는데 걸린 시간은 10분 남짓, 마치 007 첩보작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민첩함을 보였다. 범인들은 범행에 사용한 차량 유리창의 선팅도 밖에서 전혀 보이지 않도록 3중으로 했으며 카센터에 의뢰하지 않고 선팅용 비닐을 구입, 자신들이 직접 유리창에 붙이는 치밀함을 보였다. 경찰 관계자는 "용의자에 대한 몽타주가 확보되면서 수사에 활기를 띠고 있다"며 "범인들이 치밀한 계획에 의해 범행을 했더라도 반드시 흔적을 남기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대전=연합뉴스) 이은중기자 j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