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의 새해 가장 큰 소망은 무엇일까. 담배를 피우는 직장인이라면 단연 금연이다. 특히 공기가 탁한 사무실에서 장시간 근무하면서 담배까지 피우는 직장인이라면 폐의 건강에 빨간 불이 켜진 것을 한번쯤은 경험했을 것이다. 폐 관련 질환의 대표적 원인은 흡연이다. 내뱉는 숨의 양(호기량)이 갈수록 줄어드는 심각한 폐질환인 만성기관지염 폐기종 등 만성폐색성폐질환(COPD:Chronic Obstructive Pulmonary Diseases)도 예외는 아니다. COPD는 폐의 실질(實質)이 파괴돼 폐의 탄성이 서서히 약화되면서 기도가 좁아지는 질환을 총칭한다. 기도가 노후한 파이프처럼 녹이 슬고 딱딱해지는 것이다. 박성학 가톨릭대 강남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흡연, 유전적 감수성, 기관지 과민성, 대기오염 등이 COPD의 주요한 발병원인"이라며 "이 가운데 90% 이상의 환자는 흡연이 원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정상인 사람이 1회에 호흡하는 양은 3백∼5백㎖인데 흡연을 지속하면 호흡량은 해마다 7∼33㎖씩 감소한다. 호흡량이 정상치의 절반 이하로 떨어지면 숨쉬는게 괴로울 정도가 된다. 호흡량은 흡연량과 반비례한다. 최근에는 직접 흡연보다는 간접 흡연에 보다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간접흡연이 폐기능을 감소시키는데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유전적 감수성도 COPD 발생의 주요 요인이다. a-1-안티트립신, a-1-퀴미트립신, a-2-마크로글로불린, 비타민D커플링단백질 등을 만드는 여러 유전자들이 관여한다고 알려져 있다. 유전적 소인이 관여하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단지 1∼2개의 유전자에 의한 질환이기 보다는 상당히 많은 유전자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병하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COPD는 기관지천식과는 분명히 다른 질환이지만 기관지천식을 잘못 다스리면 COPD로 발전될 수 있다. 즉 천식으로 인한 기도의 염증이 적절히 조절되지 않는다면 기도 조직이 재구성되면서 되돌릴 수 없는 기도 폐쇄를 일으킨다. 대기오염 역시 COPD 발병의 원인이 된다. 냉난방기구나 조리기구에서 나오는 연소가스,가구나 단열재 등에서 뿜어져 나오는 화학물질 등이 관련이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밖에 충분하지 못한 영양섭취, 특정 음식 섭취, 음주, 가족적인 병력, 유아기 혹은 학생시절의 호흡기감염도 원인이다. 박성학 교수는 "COPD는 일단 발병하면 정상으로 회복되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현대인의 건강을 위협하는 심각한 호흡기질환"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COPD 환자의 경우 폐기능이 서서히 나빠지고 더욱이 폐기능이 나빠져도 호흡곤란을 느끼는 정도가 개인에 따라 차이가 크기 때문에 사전에 감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COPD에 대한 획기적인 치료방법은 아직까지 없는 상태다. 염증억제제 기관지확장제 거담제 등 증상을 완화시켜 주는 약물만이 보조적인 치료수단으로 처방되고 있다. 심한 경우 산소를 마시는 요법과 전문클리닉에서 실시하는 호흡재활요법을 받아야 한다. 일부에서 폐조직을 손상시키는 독성산화물이나 단백분해효소 등을 억제하는 신약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어 치료약 개발에 대한 일말의 기대감을 갖게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금연이나 맑은 실내공기 유지로 발병을 사전에 막는게 최선의 방책이라고 충고한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