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노사 의견이 서로 첨예하게 대립되는 주5일 근무제와 관련, 단독 입법 방침을 굳힌 것은 주5일 근무제가 국민의 정부에서 추진해온 노동개혁의 '화룡점정'이라는 판단에서다. 어차피 주5일 근무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인 만큼 노.사의 반발을 어느정도 감수하더라도 현 정부 임기 내에 주5일 근무제를 도입해 노동개혁을 마무리짓겠다는 '강박관념'에서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이번 입법안이 지난 9월 공개된 노사정위 공익위원안을 기본 골격으로 그동안 노사정위 협상과정에서 드러난 노.사 의견을 충실히 반영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안이 나오자마자 노사 양단체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어 국회에 제출된다 해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 노사 모두 반대 =정부의 단독 입법안이 마련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경영계는 18일 '수용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경총은 이날 정부가 단독입법을 추진키로 한 데 대해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 경총은 정부 입법안이 연간 휴가일수 설정 문제에 있어 ILO(국제노동기구) 기준을 넘어서는 등 선진국 기준을 상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중소기업협동중앙회도 이날 중소기업 대표 1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주5일 근무제 도입 반대' 긴급 결의대회를 열었다. 참석자들은 "중소기업 비용부담을 가중시키는 주5일 근무제 조기도입을 결사반대한다"며 "제도 도입에 앞서 중소기업에 대한 세제.금융지원, 사회보장부담금 인하 등의 지원방안을 강구하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노동계도 이날 일제히 성명서를 발표하고 입법 저지를 위한 총력투쟁에 나서겠다고 다짐했다. 한국노총은 "정부 입법안은 노사정위의 공익안보다도 후퇴한 '짜깁기'식 졸속안"이라며 "쟁점사안에 대한 노동자의 요구가 수용되지 않을 때에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거부 투쟁을 벌여 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노총도 "주5일 근무의 단계적 도입은 결국 대기업과 중소기업 노동자간 위화감만 조성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 국회 통과는 어려울듯 =정치권에서는 정부가 단독으로 임시국회에 주5일 근무 관련 법안을 상정할 경우 내년중 통과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노사가 합의하지 않은 법안은 심의하기조차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주5일 근무제에 대한 여야의 정치적 계산이 제각각이라는 점도 주5일 근무의 조기 시행을 가로막는 요인이다. 주5일 근무제가 내년중 실시되면 현 정부의 '치적'이 되는 만큼 지방선거와 대통령선거를 앞둔 야당이 법안 통과에 쉽게 동의해 주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뒤늦게나마 노사가 합의안을 도출하면 야당도 법안 통과 압력을 강하게 받을 가능성은 있다. 수차례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전체 국민의 10명중 7명이 주5일 근무에 찬성하고 있어 이러한 민심을 정치권이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도 단독 입법과정을 강행하면서도 막후에서는 끝까지 노사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고위관계자가 "정부 입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노사정위나 노동부 주관으로 노사협상을 병행해 합의가 이루어지면 즉각 정부안에 반영할 방침"이라고 말한 것도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