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의 용산기지내 아파트 신축계획을 둘러싼 문제가 소모적인 논란을 벗어나 서서히 현실적인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가고 있다. 국방부가 그동안 논란이 됐던 사우스포스트(남쪽기지)가 아닌 제3의 건립부지로 사우스포스트 건너편에 위치한 미군수송단(TMP) 부지와 유엔사(UNC) 컴파운드 등 2곳을 제안했고, 미측이 이를 현실적으로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측은 당초 계획했던 1천66가구의 아파트를 지을 수만 있으면 국방부의 제안을 수용한다는 입장에 따라 이들 부지의 정확한 면적 등에 대한 실태조사에 착수했다. 또 미군이 용산기지를 이전할 경우 이 기지를 구성하는 2개의 큰 덩어리인 사우스포스트와 메인포스트의 공원화를 추진하겠다며 사우스포스트내 아파트 건립에 반대입장을 밝혀온 서울시도 국방부의 제안에 다소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이에 앞서 고 건(高 建) 서울시장은 최근 모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용산기지를 서울 도심의 공원으로 구상하고 있다"고 전제한 뒤 "미군숙소 문제를 달리 해결할 수 있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국방부가 고심끝에 내놓은 제3의 장소 건립 방안은 미군 아파트 건립의 걸림돌을 제거할 수 있는 카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현실적 대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군이 원래 있던 장교숙소를 허물고 아파트를 지으려던 사우스포스트는 자연녹지지역으로 묶여 있어 토지에 대한 용도변경 없이는 5층 이상의 아파트 건립이 불가능하다. 즉, 용도변경 권한을 쥐고 있는 서울시가 적극 협조하지 않으면 아파트 건립을 원활히 추진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는 얘기다. 그러나 국방부가 대체부지로 제안한 TMP 및 유엔사(UNC) 컴파운드는 용산 본기지에 인접해 있으면서도 일반주거지역이어서 이런 복잡한 절차없이 아파트를 지을 수 있다. 서울시 도시계획국의 선권수(宣權洙) 종합계획팀장은 "현재 진행중인 주거지역세분화 절차에 따라 TMP 부지 등이 3종 주거지역으로 지정되면 250%의 용적률이 적용돼 최고 14∼15층 규모의 아파트 건립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시계획 전문가들은 TMP 부지 주변에 아파트가 들어서 있지만 미군의 아파트높이를 정하는 데서 남산경관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국방부와 서울시간의 향후 협의과정에서는 아파트 높이를 놓고 줄다리기가 예상되지만 건립여부와 관련해서는 서울시가 인정하는 쪽으로 갈 것이라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하지만 용산기지 이전을 강력히 요구해온 일부 시민단체들은 국방부의 제3의 장소 건립 제안에 대해 '눈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라며 여전히 아파트 건립불가 입장을 고수했다. 불평등한 소파개정 국민행동의 김판태 사무처장은 "반영구 시설인 아파트를 짓겠다는 것은 용산기지에 계속 주둔하겠다는 뜻"이라며 "기지반환 협상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미군이나 국방부는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제임스 솔리건 주한미군사령부 부참모장은 "아파트 건립과 기지 이전은 별개의 사안"이라며 "우리는 언제든 대체부지와 비용 문제만 해결되면 용산기지를 옮길 계획"이라고 말해 아파트 건립 추진을 계속할 방침임을 천명했다. 국방부 관계자도 "용산기지 이전은 장기과제로 추진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고려할 때 미군의 숙소부족난을 계속 방치하기 어렵다"고 말해 미군의 아파트 건립 추진에 관한 원칙을 분명히 했다. 이와 함께 제3의 부지에 미군 아파트를 건설한 뒤 용산기지가 이전할 경우 이것을 국방부가 인수, 한국군 장교의 숙소로 쓸 수 있다는 게 국방부의 입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보수우익단체들이 주한미군 기지내 아파트 건설을 허용해야 한다는 광고를 내는 등 본격적인 여론몰이에 나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대한민국재향군인회, 성우회 등 57개 단체는 18일자 모 일간지에 게재한 광고를 통해 "용산기지내 아파트 건립문제가 반미감정으로 비화되면서 자칫 국가안보에 심대한 악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며 아파트 건설 허용을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세진 기자 parks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