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언론들이 한국의 개고기 식용문화를 연일 주요 이슈로 다루고 있다. 지난달 초 국제축구연맹(FIFA)이 한국의 개고기 판매 중지를 촉구한 후 독일 신문을 시작으로 미국 유럽 일본 홍콩 등지의 주요 언론들이 이 문제에 지면을 크게 할애하고 있다. 외국 언론은 처음에는 개고기 식용문화를 일방적으로 비난했으나 최근 들어서는 한국 고유문화로 인정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미국 언론=미국의 유력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13일자에서 최근 논란의 대상이 된 한국의 개고기 식용문화를 한 면을 할애해 보도했다. 신문은 많은 한국인이 보신용으로 오랜 기간 개고기를 먹어 왔다고 소개하면서 식용 개는 애완견과 다르다는 점을 전했다. 또 의사들이 수술 환자들에게 개고기를 권유하기도 한다는 이야기를 기사로 싣고 "한국의 개고기 식용문화가 도전을 받게 된 것은 서구문명이 유입된 이후의 일이며 이는 일종의 '문화충돌'과 같은 성격을 띤 것"이라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는 "중국과 베트남 등 아시아의 다른 나라 중에도 개고기를 즐기는 곳이 있다"며 "과거 일본 사람들이 고래고기를 먹는 데 대해서도 서구의 비난이 일었던 적이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도 12일 보신탕 문화의 역사적 배경을 소개하며 보신탕을 옹호하는 기사를 실었다. 신문은 '한국인들이 개고기 요리를 방어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프랑스인이 고양이 먹는 것을 두고 우리가 잔소리하지 않는 것처럼 우리를 그냥 내버려 둬 달라"는 한 보신탕 애호가의 목소리를 전했다. ◇유럽 언론=독일 일간지인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은 지난달 15일 제프 블래터 FIFA 회장이 개고기를 먹는 한국의 음식 관습에 대해 시비를 거는 것은 부당하다고 보도했다. 프랑스의 AFP통신사는 지난 6일 한국의 보신탕문화에 대한 항의로 프랑스가 정면으로 역풍을 받고 있다고 우려 섞인 보도를 했다. 영국에서도 BBC방송 등 주요 언론들이 한국의 개고기 식용 습관과 관련한 토론 프로그램 등을 준비하고 있어 월드컵을 앞두고 이 문제는 유럽인들 사이에서 계속 쟁점이 될 전망이다. ◇일본 언론=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들은 한국정부가 서방의 압력에 굴복해서는 안된다는 '응원성'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지난달 20일 서울발 기사를 통해 FIFA가 개고기 추방을 요구한 사실과 이에 맞선 한국 행정당국의 대응 등 한국내 분위기를 자세히 보도했다. 신문은 한국이 88년 서울 올림픽 때 '외압'에 굴복해 행정당국이 개고기 단속에 나서는 등 굴욕을 맛보았으나 이번에는 '개고기는 고유의 문화'라는 단합된 모습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정몽준 월드컵한국조직위원장과 고건 서울시장이 FIFA의 개고기 추방 요구를 일축한 사실을 소개했다. ◇홍콩 언론=홍콩 언론도 개고기 문제에 우호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홍콩의 시사주간지 '파이스턴 이코노믹 리뷰'는 13일 발매된 최신호(12월20일자)에서 '개고기는 도덕적 논란거리가 아니다'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타 문화를 폄하하는 서구의 시각을 비판했다. 사설은 "개를 끔찍이 여기는 일부 동물 보호론자들이 소를 신성시하는 힌두 채식주의자들의 정서를 생각해 볼 여유는 왜 없는지 궁금하다"며 브리지트 바르도를 비롯한 동물 보호론자들을 훈계했다. 송대섭 기자 dssong@hankyung.com ----------------------------------------------------------------- < 개고기 관련 논쟁 일지 > =11.6 : FIFA, 한국에 개고기 판매 중지 촉구 =11.12: 정몽준 KOWOC 위원장, 개고기 판매는 FIFA 관여사항 아니라고 언급 =11.15: 독일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자이퉁, FIFA 요구는 부당하다고 보도 =11.16: 고건 서울시장, FIFA 요구 수용안하기로 결정 =11.25: 프랑스 2TV, 보신탕 관련 악의적 보도 =12.3 : 프랑스 배우 브리지트 바도르, 한국인 개고기 식용 비난 =12.7 : '뉴욕 한인식당에서 개고기 판다'는 워너브러더스방송의 보도 오보로 판명 =12.10: 농수산TV 이길재 회장, 바르도에 항의서한 전달 =12.12: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 보신탕 옹호기사 게재 =12.13: 홍콩의 파이스턴이코노믹리뷰, '보신탕은 도덕적으로 따질것 못된다'고 논평 =12.13: 뉴욕타임스, 한국 개고기 문화 크게 취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