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의 대표적 근대건축물로 손꼽히는 '옛 한국산업은행 대전지점'이 훼손된 채 수년째 방치되고 있어 보전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문화유산 보전을 위해 내셔널 트러스트(National Trust)운동을 펼치고 있는 '역사경관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이하 역사모)'은 14일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 99년 대전시가 `좋은 건축물 40선'으로 뽑은 옛 산은 대전지점 건물의 보전운동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일제 강점기인 지난 36년 조선식산은행 건물로 지어져 광복, 한국전쟁 등을 겪은 후인 54년부터 산은 대전지점으로 사용된 이 건물은 대전의 대표적 상공업 중심지에 위치하며 성장과 쇠락의 지역 근.현대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건축학적으로는 화강석 기단의 철근 콘크리트 구조에 연와(練瓦)와 장식용 테라코타를 외벽에 붙인 형태로 화려한 세부장식과 권위적이고 육중한 파사드(facade:주출입구가 있는 정면) 등은 희귀성과 함께 세련미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하지만 신도심 개발과 함께 지난 97년 산은 대전지점이 둔산동으로 이전하면서 건물이 텅빈 채 매각절차를 밟고 있어 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다 일반에게 매각될 경우 재개발로 인해 건물 자체가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다. 이에 따라 역사모는 그동안 전국 각지에서 트러스트 기금으로 모은 성금 등 1천만원을 건물 매입의 종잣돈으로 대전시에 기탁, 이 건물의 매입과 보전을 촉구하기로 했다. 또 한국산업은행측에는 대승적 차원에서 건물 소유권의 매도, 이양 등을 검토해 달라고 당부했다. 역사모 박용남(朴容男.48)상임대표는 "공공의 소유로 건물이 매입되면 지역의 생활사를 전시할 수 있는 소규모 박물관이나 문화유산 보전을 위한 시민교육센터 등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문화 유산의 보존과 활용은 물론 구도심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올 초 대전의 근대 건축물 중 하나인 옛 한국은행 대전지점 건물도 문화재적 가치 평가 작업없이 지하철 건설공사 도중 완전 철거돼 논란을 빚었었다. (대전=연합뉴스) 윤석이기자 seoky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