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년 가까이 베일에 가려져 있던 민청학련과소위 `인혁당' 사건 관련 수사.공판기록이 최초로 공개돼 이들 사건을 둘러싼 역사적 진실이 밝혀질 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통령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는 14일 `인혁당' 관련 사망자 사건을 조사하면서지난 74년 유신반대 투쟁과정에서 발생한 민청학련 및 `인혁당' 사건의 수사기록과공판기록이 국방부에 보관돼 있음을 확인, 최근 그중 일부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인혁당 사건은 분단상황에서 국민의 레드 콤플렉스를 자극하기 위해 중앙정보부가 74년 유신반대 투쟁을 벌였던 민청학련을 수사하면서 배후.조종세력으로 '인혁당재건위'를 지목, 이를 북한의 지령을 받은 남한내 지하조직이라고 규정한 사건. 이듬해 4월9일 도예종, 하재완씨 등 인혁당 사건 피고인 중 8명은 대법원에서사형판결이 확정된지 20시간만에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지만 관련자 혐의에 대한 증거가 확보되지 않은데다 조사과정중 고문사실까지 밝혀지면서 민주화운동 탄압을 위한 유신정권의 용공조작이라는 의혹이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유가족 및 관련 단체들은 당시 수사 및 재판기관들을 상대로 관련자료를 공개하도록 요청해왔지만 이들 기관들은 해당자료가 없거나 보존연한이 지나폐기됐다는 입장을 고수, 진실규명이 한계에 부딪힐 수 밖에 없었다. 올초 의문사진상규명위가 `인혁당' 사건으로 옥중 병사한 것으로 발표된 장석구(당시 48세)씨에 대해 직권조사에 착수한 뒤에도 이런 문제 등으로 인해 진상규명작업에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한 상태였다. 그러나 진상규명위 파견조사관의 도움 덕택에 관련자료가 국방부에 보관돼 있다는 사실을 확인, 마침내 최근 국방부로부터 장씨 및 당시 민청학련과 인혁당 사건에연루된 이들의 공판기록 일부의 사본을 넘겨받을 수 있었다. 진상규명위가 입수한 당시 공판기록 중에는 겉장에 `No. 36-3, 민청사건(3)'이라는 사건번호 아래에 `서기 1975년도, 재판장소: 비상군사고등법원'과 `군법회의소송기록'이라는 문구가 적혀져 있다. 인혁당 대책위 한 관계자는 "그동안 유족들이 수차례 국방부측에 공판기록 공개를 요청했으나 '자료 보존연한이 지나 폐기했다'는 이유로 공개를 꺼렸다"며 "이번자료 겉장에 `보존연한 30년'이라고 적혀 있는 만큼 그동안 당국이 거짓말을 해온것"이라고 주장했다. 진상규명위의 한 관계자는 "기록을 가져온 지 얼마 되지 않은데다 그동안 다른사건에 힘을 매달리는 바람에 내용을 검토할 시간이 없었다"며 "그러나 `인혁당' 사건을 둘러싼 의혹이 이번 기록공개를 통해 하나둘씩 진실을 드러내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sout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