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발생한 은행 엽총강도 사건의 신고 시간과 관련, 은행과 경찰, 경비업체, 신고시민 등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먼저 해당 은행직원들은 범인이 엽총을 발사하면서 들어오는 순간인 오후 3시 14분에 경비업체와 연결되는 비상벨을 눌렀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경비업체는 "비상벨이 울린 시각이 전산 기록상 오후 3시 18분 23초"라며 "은행직원들이 범행이 끝난 직후 비상벨을 눌렀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고있어 양쪽 주장이 전혀 들어맞지 않고 있다. 경찰과 시민의 주장도 서로 엇갈리기는 마찬가지. 경찰은 기술적인 문제로 인한 2-3분간의 전산상 오차가 있을 수 있다는 전제 하에 최초 신고는 오후 3시 19분 18초에 사건 현장에 있는 한 시민으로부터 접수됐다고 밝히고 있다. 전산 오차를 감안하면 3시 16분대에 신고가 접수됐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사건발생 직후 은행 밖으로 대피한 20여명이 고객들 중 상당수가 112 신고를 했다는 정황을 감안하면 신고시각이 16분대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사건 직후 밖으로 대피했다는 고객 최모(48)씨는 "밖으로 대피한 사람들 대부분이 즉시 휴대폰으로 112신고를 했다"며 "전화가 불통될 정도로 신고를 거듭했는데 범행이 끝난 뒤인 19분께 최초 접수가 됐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더구나 대구 경찰청의 한 간부가 시민들의 신고정신 부재를 탓한 것으로 알려지자 이들의 분노는 경찰에 대한 맹렬한 성토로 이어지기도 했다. 경찰은 시민들의 신고 전화가 '범행 도중'과 '범행 직후 범인 도주시' 등 두 차례에 걸쳐 빗발쳤다고 밝히고 있다. 이럴 경우 범행이 오후 3시 14분께 발생해 길어도 5분을 넘기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19분에 시민으로부터 최초로 신고가 접수됐다는 경찰의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 또한 관할 달서경찰서 월성2파출소 관계자에 따르면 사건 현장 바로 옆 다른 은행 지점으로부터 "총소리가 난다"는 전화가 3시 21분에 걸려왔다는 것. 범행이 끝나고도 2분이나 지난 시각이어서 과연 접수 시각이 정확한 것인지 의문이 들기는 마찬가지다. 물론 해당 경비업체가 3시 19분께 경찰에 112 신고를 한 뒤 현장에 출동, 23분께 도착하고 경찰은 그보다 2분 늦은 25분께 도착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경찰 말대로 19분께 최초로 112 신고 접수를 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어느 경우든 '뛰는 경찰 위에 나는 은행강도' 였음을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라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 그러나 단 10초가 아쉬운 강력범죄 발생 상황에서 사건의 발생과 신고, 접수시각이 들쭉날쭉한 것은 기민한 수사에 적잖은 장애가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대구=연합뉴스) 김용민기자 yongm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