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환경에 있는 많은 학생들에게 희망을 줄수 있는 선생님이 되고 싶습니다" 지난 5일 최종합격자를 발표한 2학기 서울대 수시모집 전형에서 사범대 지리교육과에 합격한 유현상(18.광주 금호고 3년)군의 감회는 남다르다. 유군은 이번 수시부터 서울대가 가정형편 등 사회적 환경을 배려, 처음으로 도입한 소년소녀가장 전형을 통해 합격한 첫 주인공이다. 유군은 초등학교 2학년 때 강원도 영월에서 광부로 일하던 아버지를 탄광 붕괴사고로 여읜데 이어 중2때 어머니마저 병환으로 세상을 떠나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꺼지는' 극한의 아픔을 겪어야 했다. 위로 둘 누나가 있지만 모두 일찍 결혼하는 바람에 호적에서 제외돼 어린 나이에 가장이 된 뒤 관할 교육청과 학교 등 주변의 도움으로 어렵게 지내왔다. 누나들마저 힘든 가정형편으로 유군을 도와줄 처지가 못됐다. 그는 7일 "수능점수가 많이 떨어져 끝까지 조마조마 했어요. 처음에는 2단계 합격도 생각도 못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유군의 부담감은 남들보다 더 했다. 고등학교 내내 전교 1∼2등을 놓치지 않을 정도로 학교성적이 뛰어난데다 소년소녀가장의 경우 1단계 전형 비교과영역에서 가산점이 부여된다는 점때문에 적극적으로 지원을 권한 선생님들의 조언에 따라 일단 원서는 접수했지만 어차피 '제로베이스'로 치러지는 심층면접에서 남들을 이겨낼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학교수업을 충실히 한 것과 1단계 합격후 학교내 다른 친구들과 함께 특별반을 만들어 면접대비 토론수업에 열심히 참여한 것이 그가 합격한 비결의 전부다. 유군 역시 60점 가까이 수능점수가 떨어졌으나 2등급 자격기준은 통과했다. 사비를 털어 매달 기숙사비를 내주고 특기적성 수업료나 참고서값도 대주며 부모처럼 사랑을 베푼 고3담임 최남열 선생님을 얘기하며 그의 눈가에 이슬이 맺혔다. 이 밖에도 방황하던 사춘기 시절 늘 잡아주며 용기를 줘 전교 100등에 머물던 그를 전교 10위권안으로 올리는데 힘을 주었던 중학교 담임 등 잊지못할 여러 선생님들을 만난 것이 이번에 사범대를 지원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한다. 그러나 가장 기뻐했을 부모님이 곁에 안 계신 것이 가장 서러운 대목이다. 늘 쫓기며 살았던 생활에서 벗어나 남들처럼 평범한 대학생활을 하고 싶다는 유군은 "그동안 만나왔던 선생님들과 같은 선생님이 꼭 되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서울=연합뉴스) 송수경기자 hanks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