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했는데 정말 평소보다 60점이나 떨어졌어요. 전체 석차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도대체 어디를 지원해야 할 지 막막해요"


지난달 7일 치러진 2002학년도 수능 성적이 공개된 3일 성적통지표를 받아든 일선학교 고3생들은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하면서도 막상 통지표에 적힌 점수를 믿기 힘든 듯 충격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했다.


특히 처음으로 수능등급제가 도입된 올해에는 총점대비 누가분포표 즉 개별석차가 공개되지 않아 비슷한 점수대가 대거 몰린 중하위권을 중심으로 일선학교의 진학지도에 어느 때보다도 극심한 혼란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수험생들도 자신의 점수가 어느 정도의 위치인지를 전혀 가늠할 수가 없어 어느대학을 지원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한 채 혼란스러운 표정이 역력했다.


중하위권의 경우 가채점결과보다 실제점수가 폭락하는 경우가 속출한 것도 혼란을 가중시키는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일선 교사들은 "점수 하락폭이 워낙 큰데다 총점 분포표까지 공개하지 않아 도대체 뭘 보고 진학지도를 하라는 말이냐"며 "영역별 누가분포표만으로는 도무지 총점 분포를 가늠할 수 없어 막막할 뿐"이라고 입을 모았다.


결국 진학지도를 위해 학원 등에서 내놓은 추청 총점 분포표를 참조할 수 밖에없어 사교육 의존도만 높이는 처사가 아니냐는 불만도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비통한 고3교실 = 수능통지표가 일제히 배포된 이날 고3교실은 `도대체 이 점수로 어디를 지원할 수 있느냐'며 침울한 분위기였고 일부 학생들은 자신의 점수를받아들일 수 없다는 듯 통곡을 터뜨렸다.


특히 개별석차를 가늠케 하는 총점별 누가분포표가 공개되지 않아 자신이 받은점수가 어느 정도 위치를 차지하는지 짐작할 수 없게 되자 학생들은 `어느 대학에지원가능한 점수인지 도무지 모르겠다'며 안개 속을 걷는 심정으로 벙어리 냉가슴을앓았다.


이날 각 반 교사들은 학생들을 다독이며 개별 면담에 들어갔으나 학생별로 일일이 영역별 점수를 합산해 총점을 따지고 영역별 가중치를 계산하는 등 지원가능대학마다 각기 다른 수능반영 방식에 맞추느라 진땀을 뺐다.


310점대를 받았다는 한 인문계 고3 여학생은 "등급밖에 알 수 없어 막막할 따름"이라며 "원하는 대학에 소신지원해야 할지 아니면 하향안정을 택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울먹였다.


더구나 중하위권 학생 사이에서는 적어낸 답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해 실제점수가 가채점 점수보다 떨어진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침울한 분위기가 계속됐다.


K고 3학년 진학부장은 "중하위권 학생의 경우 평균 5∼6점 정도 가채점 점수보다 떨어져 상심이 크다"고 말했고, 또다른 고교의 3학년 담임도 "중하위권 대부분이가채점 점수보다 낮은 점수를 받았으며 많게는 15∼16점까지 떨어졌다"고 전했다.


2학기 수시에 조건부로 합격했던 학생들이 수능듭급 자격기준을 만족하지 못해합격의 문턱에서 고배를 마셔야 하는 경우도 속출했으며 자격기준에 든 학생들도 `수시냐 정시냐'를 놓고 갈피를 잡지 못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한편 예상대로 점수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적게 나타난 재수생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점수대에 따른 지원가능 대학을 꼼꼼히 챙기는 모습이었다.


이날 각 입시학원가에는 점수 환산방법을 묻는 문의전화가 빗발쳤고 서울시내대형서점에는 입시전략 정보를 수집하려는 학부모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 중하위권 진학지도 대혼란 = 막막하기는 일선 교사들도 마찬가지다.


전체 192개 대학 중 서울대와 고대 등 영역별 점수를 반영하는 48개 대학을 제외한 148개 대학이 정시모집 전형에서 총점을 반영하는 상황에서 총점 대비 누가분포표가 공개되지 않아 진학지도 교사들은 막막함을 호소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날 각 일선고교 진학담당 교사들은 배포된 성적표를 토대로 대강의총점분포를 산정하며 점수대별 지원가능 대학을 뽑아내느라 분주하게 움직였지만 좀처럼 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더군다나 전례없는 점수 대폭락으로 250∼300점대의 중하위권에 대규모 학생들이 몰린 것으로 나타나 이 점수대에 눈치작전과 하향안정 지원추세가 극심해질 것으로 점쳐짐에 따라 중하위권 지도에 초비상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중하위권 점수대에서는 실제점수가 가채점 점수에 크게 못미치는 경우가 속출, 이들의 가채점 점수에 따라 준비해온 진학지도도 무용지물이 될 처지에 놓였다.


각 일선학교 교사들은 "각 대학별로 전형요소가 다 달라 그렇지 않아도 진학지도가 어려운 마당에 총점 분포까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진학지도를 해야 할지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결국 학원에서 발표하는 분포를 참고할 수 밖에 없어 사교육 의존도만 높이는것이 아니냐는 볼멘 소리도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서울시내 S외고 진학부장은 "수능점수 대폭 하락과 대학별 전형요소 다양화로진학지도가 힘든데 총점분포까지 알 수 없으니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며 "1∼2점으로 당락이 결정되는데 총점분포를 발표하지 않는 것은 모순"이라고 비판했다.


H고 진학부장은 "최소한 학생들의 수능총점이라도 알려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결국 점수에 의해 당락이 갈라지는 마당에 점수에 따른 줄세우기를 피하기 위해 총점과 총점분포를 공개하지 않는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냐"며 반문했다.


(서울=연합뉴스) 장영은.송수경.이상훈.이귀원 기자 hanks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