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 '수지 김'사건에 대한 경찰의 내사중단에 이무영(李茂永) 전 경찰청장이 개입했다는 정황이 검찰 조사과정에서 드러난것으로 전해지면서 경찰은 곤혹감과 함께 검찰 수사방향에 대한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검찰이 이 전 청장이 당시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국장으로부터 사건의 진상을 전해듣고 수사팀에 내사 중단을 지시한 정황을 확보하고, 소환시기를 저울질하고있는 것으로 알려지자 이 전 청장의 사법처리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만약 이 전 청장이 국정원 간부와의 교감 속에 내사 중단을 지시했다는 것이 사실로 드러나 처벌을 받을 경우 지금까지 이 전 청장에 의해 추진됐던 경찰 개혁의 정신이 훼손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전 청장은 재임 기간중 강력한 경찰 개혁을 주도해왔다는 점에서 이씨에 대한 사법처리는 경찰 위상의 추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경찰 내부에서는 이전청장 사법처리 가능성까지 흘리는 등 경찰쪽을 몰아붙이는 검찰 수사 방향에 대한 반발 기류도 만만치 않다. 경찰은 우선 수지 김 피살사건이 대공수사와 관련이 있고, 국정원의 대공수사조정권에 따른 '선(先)수사 우선권' 등을 내세우며 수사관행상 경찰로서는 내사중단이 불가피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더욱이 지금까지 검찰의 수사가 국정원의 수지 김 사건 조작보다는 경찰의 내사중단쪽으로 초점을 옮겨, `힘없는' 경찰에 대해 일방적으로 덤터기를 씌우는 게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도 있다. 경찰 고위관계자는 "경찰은 지금까지 대공사건은 물론 일반 사건도 여러 형태로 국정원과 검찰의 간섭을 받아왔다"면서 "경찰이 언제 한번 독자적으로 수사를 진행한 경우가 있느냐"고 토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경찰은 이 전 청장의 사법처리 가능성이 검찰측으로부터 흘러나온 28일 검찰에 '사실확인도 없이 국정원의 일방적 말만 믿고 경찰을 몰아부치고 있다'는 강력한 항의의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도 이같은 경찰 분위기를 감안, 이전청장의 소환시기에 `속도조절'을 하고 있으며, 서면진술을 받은 뒤 소환하는 방안도 고려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상당수 경찰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검찰과 국정원, 경찰 등 세 곳의 수사주체간 `견제와 균형의 원칙'이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피력하고 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으로 국정원과 검찰의 일방적 수사지휘나 부당한 간섭 등에 대해서는 경찰도 할 말을 하는 분위기가 자리잡는 단초가 마련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우 기자 jongw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