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직자들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아우성치고 있는 가운데 산업현장에서는 인력난을 호소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대한무역협회 경기지부가 지난 20~22일 경기북부와 남부지역 무역업체 경영자들과 잇따라 가진 협의회에서 기업인들은 이구동성으로 "사람 구하기가 어렵다"는 점을 호소했다. 20일 의정부에서 개최된 경기북부권 무역상사 경영자 협의회에서 양말 단일품목으로 연간 500만달러 이상을 수출하는 의정부 Y사는 내국인 근로자들의 이직률이 높아 노무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내국인들이 빠져나간 자리를 외국인 근로자들로 채우는 일이 거듭되면서 이제는 생산현장에서 내국인들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가 됐다"고 말했다. 비닐코팅 기계를 생산하는 의정부 S사는 우수한 연구개발 인력을 충원하지 못해 고충을 겪고 있다. 이 회사 대표 P씨는 "보수를 대기업 수준으로 정해 놓고 구인광고를 내도 고학력의 인력유치가 전혀 되지 않고 있다"며 "중소기업인데다 지방에 있어 기피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22일 수원에서 열린 경기남부권 협의회에서도 마찬가지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안경테와 렌즈 제조업체인 수원 K사 대표 L씨는 "중국은 외국인 직접투자로 경쟁력이 급속히 높아지고 있는데 비해 우리는 기술인력을 구하지 못해 설비도입을 통한 새로운 아이템 개발이 불가능한 실정"이라고 걱정했다. 자동차 부품 생산업체인 용인 E산업 대표 C씨는 "40세 이하 생산인력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는 말로 젊은이들의 공장기피 현상을 단적으로 표현했다. C씨는 "외국인 산업연수생과 병역특례 배정 인원이라도 늘려줘 수출기업이 인력난으로 쓰러지는 일이 없도록 우선 배려해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외국인 근로자들을 대체인력을 쓸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들의 불법적인 이탈현상이 또 다른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휴대전화용 충전기 팩을 생산하는 수원 I사 대표 L씨는 "생산현장에서 일하던 외국인들이 수시로 공장을 떠나는 바람에 숙련공을 양성할 수 없고 품질불안정의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며 "직장을 불법 이탈한 외국인 노동자들을 채용하지 않는 등의공동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자 센서 제조회사인 화성 D사 관계자는 "외국인 근로자의 급여에서 매달 일정액을 저축형식으로 공제하는 제도를 도입한 뒤 이탈자가 크게 줄어들었다"며 퇴직금적립방식을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수원=연합뉴스) 박기성기자 jeansa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