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소방관 6명이 순직한 서울 홍제동 화재참사를 계기로 행정자치부가 추진중인 방화복 도입 작업이 물의를 빚고 있다. 지난 9월 사상 처음 고시된 '소방용방화복 규격'이 국제기준과 달라 안전성 논쟁을 야기하는데다 기존 납품업체에 유리한 입찰방식을 채택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규격의 보완은 물론 우수한 제품이 공급될 수 있도록 투명한 입찰제도를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6일 소방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 일본은 방화복에 직접적인 열(직화)과 간접적인 열(복사열)을 2cal/㎜/분간 가해 피부가 2도 화상을 입는데 걸리는 시간을 측정하는 열방호성능(Thermal Protection Performance:TPP) 시험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선진국의 시험규격을 무시한 채 1천도가 유지되는 전기로 30㎝ 앞의 밀폐된 시험함 안에 원단을 넣어두는 복사열 시험만을 실시키로 했다. 행정자치부는 이밖에 당초 지난 6월 발표된 규격 초안과 달리 방화복이 정전기를 방지하는 성능을 갖도록 한 규정을 삭제했다. 이는 정전기 발생으로 소방관이 가스누출 장소에 들어갈 때 폭발할 위험성이 있으며 정전기로 인한 화재사고가 잦은 점을 무시한 결정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에 반해 일본은 정전기 방지기능 실을 넣은 원단을 사용하며 그 한도도 5백V로 규정하고 있다. 미국은 정전기를 방지하는 원단을 채택토록 하고 있다. 이와 관련, S물산측은 "오히려 국제규격에서는 찾을 수 없는 절연저항(도체에 전류가 흐르는 것을 방해하는 작용) 규정은 포함됐다"며 "현규격은 방화복을 수출할 때 도움이 안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업계에서는 또 방화복의 주요 기능에 대해 국제표준화기구(ISO)의 합격인증서를 첨부하도록 의무화하는 등 검사방법의 공정성과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편 행자부는 방화복 납품업체를 기존 관행처럼 '적격심사입찰'을 통해 선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적격심사입찰을 하게 되면 납품실적에 가산점(10점)이 부여되는 만큼 규격의 합격 여부에 관계없이 기존 업체가 유리한 고지에 서게 된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경쟁 업체들은 방화복 품질을 먼저 검증하는 '규격.가격 분리입찰' 제도가 채택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행자부 소방행정국 관계자는 "외국 규격보다 우리 규격이 더 낫다"면서 "입찰 방법은 조달청에서 결정할 문제"라고 해명했다. 최승욱 기자 s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