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가뭄이 극심하다. 올 봄 사상 유례없이 큰 가뭄을 겪더니 여름에는 태풍조차 없었고 가을 들어서도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비가 거의 내리지 않고 있다. 지난 9월부터 22일 현재까지 전국 강수량은 지역별로 평년 대비 40∼60% 수준에 불과하다. 이때문에 다목적댐 수위가 급격히 내려가면서 전남 완도 등 몇몇 지역에서는 이미 식수 제한공급이 시작됐다. 특히 기상청에서는 12월말까지 큰 비나 눈이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어 조만간 농업.공업용수 확보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또 대지가 건조해지면서 산불 발생 등의 사고도 우려된다. ◇ 다목적댐 저수량 =한국수자원공사에 따르면 소양강댐 등 전국 13개 다목적댐의 평균 저수량은 47억7천2백만t으로 예년 평균 65억8천4백만t의 72.4%, 지난해 68억4천3백만t의 69.7%에 그치고 있다. 따라서 저수율 평균(한강 낙동강 금강 섬진강 등 4대강 유역)은 38.9%로 지난해 같은 기간 55.7%보다 16.8%포인트 떨어졌다. 다목적댐의 저수율이 크게 낮아진 것은 댐 유역의 올해 평균 강수량이 8백88㎜로 예년의 77%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특히 올 8월 이후 평균 강수량은 2백62㎜로 예년의 56%에 그치고 있다. ◇ 농.공업용수 문제없나 =청주산업공단의 1백80여개 업체는 대청댐에서 하루 평균 3만8천t의 물을 끌어다 쓰고 있다. 아직까지 생활.공업용수가 부족한 상태는 아니나 가뭄이 장기화할 것에 대비, 대책을 마련중이다. 공단 관계자는 "대청댐의 현 수위는 62∼63m로 40%의 저수율을 보이고 있다"며 "올해는 넘기겠지만 내년초까지 가뭄이 계속되면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낙동강 취수장 물을 사용하는 창원공단은 취수장의 수위가 0.4m로 평소 0.72m보다 낮지만 향후 3개월간은 버틸 수 있다. 그러나 그 뒤부터는 안동댐 등에서 용수를 공급받는 등 다른 방도를 강구해야 할 상황이다. 이밖에 주안댐에서 물을 공급받는 여천공단 90여개 업체도 내년 초까지는 버텨나가겠지만 그 뒤에는 장담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전국 1만8천개 농업용 저수지의 평균 저수율은 60%로 평년의 78%보다 18%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가뭄이 지속될 경우 내년 봄 모내기철에 물 부족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제한급수 현황 =충북 제천시 7개 읍.면 2백43가구 7백78명은 이달초부터 하루 8시간동안만 급수를 받고 있다. 현재 제한급수 지역은 이들을 포함해 전남 완도.신안군, 경남 남해군 등 4개 시.군 1만1천8백85가구(4만3천3백91명)에 이른다. 하지만 내년 봄까지 가뭄이 계속되면 제한급수지역은 강원도 속초, 경기도 동두천 등 86개 시.군 30여만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 대책 =건교부와 수자원공사는 지난 9월28일부터 댐 용수를 평상시의 78%만 공급하는 1단계 감량공급을 실시중이다. 또 앞으로 강수 상황 등을 지켜보면서 공급량을 60%(2단계), 50%(3단계)까지 단계적으로 줄일 계획이다. 산림청도 산불 피해 방지를 위해 일부 등산로 입산금지, 화기반입 금지 등의 조치와 함께 홍보활동을 펴고 있다. 김후진 기자 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