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의 목적이 단체협상 대상이 아니거나 중앙노동위원회의 행정지도를 따르지 않은 파업이라 하더라도 조정기간이 끝난 뒤 이뤄졌다면 절차상으로는 문제가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는 중노위의 행정지도가 내려졌더라도 노사간 실질적 교섭이 진행됐다면 파업에 돌입할 수 있다는 지난 6월 대법원 판결과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노동부와 검찰 등의 반발이 예상된다. 서울지법 남부지원 형사 3단독 이완식 판사는 21일 대한항공 조종사 파업을 주도한 혐의로 기소된 이 회사 노조위원장 이모씨(52) 등 3명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관계법) 위반부분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파업목적 자체가 정당하지 않다고 해서 무조건 조정절차를 거치지 않은 파업으로 간주할 수는 없다"며 "행정지도가 내려졌더라도 일정 조정기간을 거친 뒤 이뤄진 파업은 절차상으로 적법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노동관계법은 파업절차를 규정한 것으로 파업 자체의 정당성 여부와는 상관없다"며 "내용이 정당한 파업만 조정절차를 거친 것으로 볼 경우 노조의 단체행동권이 부당하게 제약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외국인 조종사 채용동결 등 노조의 요구는 사측의 경영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것으로 단체교섭 대상이 아니고 이를 달성하려는 파업은 정당성을 결여한 것"이라며 업무상 방해 혐의에 대해 이씨 등에게 징역 8월과 벌금 3백만원을 선고했다. 이씨 등은 지난 6월 대한항공 불법 파업을 주도해 업무상 방해 및 노동관계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