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시대에 희생과 봉사를 몸소 실천했던 고인의 숭고한 뜻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큰 교훈이 됩니다" 서울대(총장 이기준) 학생들이 전재산을 대학에 기탁했던 장학금 희사자를 기리기 위해 '보은(報恩)의 추모제'에 나섰다. 20일 서울대에 따르면 서울대 인문대학 이이슬(19.여.서문 1년)양 등 서울대 여대생 4명은 고 이원경(李元卿.1895∼1976) 여사의 25주기를 하루 앞두고 학교관계자들과 함께 이날 낮 광주 공원묘지에 있는 이 여사의 묘지를 찾았다. 이들은 모두 이 여사가 20여년전 학교측에 기탁한 돈으로 운영돼 온 '이원경 여사 장학금'의 수혜자들. 이 여사는 수십년간 삯바느질과 미군부대 세탁일 등을 하면서 모은 푼돈으로 마련한 서울 충현동 2층 양옥집을 팔아 지난 73년 당시로는 거액인 300만원을 내놓은데 이어 이후 거주 전세금 150만원과 자신의 장례비로 준비했던 110만원마저 기부하는 등 전재산 560만원을 장학금으로 서울대에 기탁했었다. 서울대는 '나라를 아끼는 유능한 인재를 키워달라'는 고인의 뜻에 따라 이 여사가 기탁한 기부금으로 77년 '이원경 여사 장학금'을 설립, 해마다 3∼4명의 여학생에게 등록금을 전액 지급해 지금까지 이 장학금의 혜택을 받은 서울대 여학생은 모두 75명에 이른다. 구한말 김옥균, 박영효 등과 함께 개화당의 중심 인물이었던 이규영 선생의 맏딸로 태어난 이 여사는 3.1운동으로 1년 가까이 옥살이를 치른 것을 비롯, 군정 입법의원까지 지낸 남편 유진희 박사와의 때이른 사별로 혈혈단신으로 남겨져 갖은 풍상을 다 지냈지만, 어려운 살림에도 76년 숨질 때까지 고학생 20여명을 뒷바라지하기도 했다. 학교측은 해마다 이 여사의 기일을 맞아 장학금 수혜학생과 함께 이 여사의 묘역을 찾아 추모제를 지내왔으며 25주년인 올해의 경우 지난 6월 상석을 설치하고 비석을 교체하는 등 묘역을 재정비하기도 했다. 학교측 관계자는 "이 여사의 숭고한 뜻을 기리기 위해 앞으로도 추모활동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며 "이 여사가 남긴 교훈이 어려운 환경속에 있는 많은 학생들에게 큰 힘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송수경기자 hanks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