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과 지하철 등 공익사업장에 대한 직권중재는 노동자의 단체행동권과 단체교섭권을 부정해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법원이 직권으로 위헌심판을 제청했다. 법원의 이번 제청은 헌법재판소가 지난 96년 내린 '직권중재는 합헌'이라는 결정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것이어서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직권중재란 파업신청을 한 사업장이 국민생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필수공익사업장일 경우 노사교섭이 결렬되더라도 노동위원회의 직권중재 결정이 있으면 15일간 쟁의를 못하도록 하는 제도다. ◇ 위헌심판 제청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재판장 조병현 부장판사)는 19일 "직권중재 제도를 규정한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62조 제3호와 제75조는 위헌으로 판단된다"며 직권 위헌심판을 제청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제3자가 노사 쌍방 의사와 관계없이 결정하는 강제중재는 교섭자치주의에 위배되고 노동3권을 유명무실하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과잉금지 원칙에도 어긋나는 것"이라고 밝혔다. 현행법에는 '철도(지하철 포함) 시내버스 수도 전기 가스 정유 병원 은행 통신' 등을 필수공익사업으로 규정하고 있다. ◇ 의미 및 파장 =직권중재는 노동계와 사용자 정부 등이 첨예한 대립 양상을 보여온 사안이다. 헌재는 지난 96년 구 노동쟁의조정법상 직권중재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공익상 필요성 등을 이유로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하지만 그간의 노사관계 변화 등을 감안하면 이번에는 위헌 결정이 내려질 수도 있을 것이라는게 법조계 안팎의 시각이다. 이렇게 될 경우 쟁의권을 확보한 노조측에서 강도 높은 투쟁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오히려 평화적인 노사협상으로 이끌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그동안 직권중재에 기대어 온 사용자 입장에서는 적극적인 협상에 나설 수밖에 없게 되고, 이에 따라 '사용자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조치'라는 이유로 파업을 벌였던 노조측도 명분을 잃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 노사 반응 =위헌심판 제청에 대해 노동계는 전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한국노총은 이날 성명을 내고 "법원의 진일보한 결정을 높이 평가하며 헌법재판소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위헌 결정이 날 경우 쟁의행위가 보다 자유로워진 노조가 파업을 반복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우려했다. 노동부도 이날 '직권중재제도 위헌심판 제청에 대한 입장'을 통해 "파업 일변도의 노동운동 현실을 감안할 때 다소의 위헌시비가 있다고 해서 제도의 폐지를 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서욱진.이정호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