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가 소극적 안락사와 낙태, 성감별 등의 제한적 허용 등을 담은 의사 윤리지침을 제정, 발표하자 법조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검찰을 비롯한 법조계는 의협의 지침이 생명경시풍조를 가속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윤리적 측면을 강조하는 동시에 지침이 시행될 경우 기존 형법과 모자보건법 등실정법에 저촉돼 민.형사상 문제 등이 대두할 것으로 보고있다. 대검의 한 부장급 검사는 "죄를 지은 사형수에 대해서도 사형제도 폐지론이 힘을 얻고 있는 마당에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이뤄지는 안락사나 낙태는 윤리적으로도, 실정법의 테두리에서도 허용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재천 변호사는 "의협의 지침은 거의 모든 낙태를 허용하는 셈인데 이는 자칫 기존 형법과 모자보건법에 따른 단속과 규제를 사문화할 우려가 높으며 소극적 안락사의 경우도 적극적 안락사와의 기준이 모호하다"며 반대입장을 명확히 했다. 최 변호사는 "우리나라를 포함, 전세계적으로 강간이나 근친상간에 의한 임신 등의 경우에만 낙태를 허용하고 있고 '아이를 키울 여력' 등 경제사회적 이유로도 낙태를 허용하는 국가는 일본과 유럽 등 지극히 제한적"이라고 덧붙였다. 일부에선 소극적 안락사에 대한 조건부 옹호론도 나오고 있지만 이 경우에도 의협 지침은 법적으로 문제의 소지가 많다는 견해가 다수다. 지난 4월 법원 내부 게시판에서 소극적 안락사 옹호론을 펼친 바 있던 박영호 대구지법 판사도 "'임종은 집에서 해야한다'는 의식에 따른 소극적 안락사는 지금도 이뤄지고 있고 사법기관도 이를 문제삼는 건 아니지만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는 환자'라는 식의 의협 지침은 회복 불가능성과 본인 의지를 제대로 판단할 수 없는 상태에서 이뤄질 수 있어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 판사는 낙태에 대해서는 "현행법에서도 특정한 요건하에서 허가하고 있는데 이를 확대하는 것은 국민 여론을 감안해야 한다. 이를 무시하면 자칫 불법적인 관행을 묵인하는 것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의협 지침의 실정법 저촉 우려에 대해 검찰은 "의협과 보건복지부가 좀더 협의해야 할 것이며 현재로선 검찰이 나설 단계가 아니다"는 신중한 입장과 함께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실정법 저촉은 단속 대상"이라는 원칙을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권혁창.박세용기자 fait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