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시간에 조는 애들이 줄었어요"(서울 여의도여고 이종배 2학년 주임교사) 전례없이 어려웠던 수능으로 인해 '이해찬 2세대'로 불리는 현 고등학교 2학년 교실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수능테러'라는 직격탄을 맞은 고3 형들이나 언니들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된다는 움직임 때문이다. 이미 상당수 학생들은 벌써부터 사설학원에서 듣는 과목을 늘리는 등 수능시험 준비를 강화하고 있다. ◇ 달라진 학교분위기 =여의도여고 이종배 교사는 14일 "딴청을 피우거나 조는 학생이 줄어드는 등 한마디로 수업분위기가 예전에 비해 좋아졌다"며 "수능 전까지는 입시 얘기를 꺼내도 시큰둥한 반응이었으나 요즘은 귀를 쫑긋 세워 듣는다"고 말했다. 서울 경복고의 한 2학년 교사도 "시쳇말로 애들이 바짝 쫄아있다"며 "학교를 찾아와 벌써부터 진학상담을 하는 2학년 학부모들도 지난해보다 늘어났다"고 전했다. 학교별로 1,2학년을 대상으로 한 입시전문기관들의 설명회도 잦아졌다. 고려학원의 유병화 평가실장은 "수능이후 고2나 고1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어 달라는 요구가 쏟아지고 있다"며 "설명회에 참석한 고2 학생 가운데 상당수가 이미 지망대학별로 스터디그룹을 결성해 수능 및 논술 등에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내년 수능도 어렵게 출제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교재나 수업수준을 높이는 것을 검토중인 학교도 늘고 있다. 서울고의 김병철 교장은 "어려워진 수능에 맞춰 이미 부분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수준별 심화학습과정을 내년에는 대폭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고2를 잡아라 =예년에 비해 고2학생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짐에 따라 입시학원들은 '고2 특수'를 은근히 기대하고 있다. "이번 겨울방학은 어려워진 수능덕을 톡톡히 볼 것 같다"고 말하는 입시학원 관계자가 있을 정도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K입시학원 관계자는 "아마 대부분의 학원이 고2 학생들을 겨냥한 새로운 과정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라며 "올해 수능이 어려웠기 때문에 논술 및 내신성적 관련 강좌에 주력하던 예년과 달리 수능대비반을 신설하는 학원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앙교육진흥연구소의 김영일 이사는 "대학별 입시요강이 내년에는 또 어떻게 바뀔지 모르기 때문에 지금부터 몇 개 특정대학을 염두에 두고 전략을 짜는 것은 위험하다"며 "올 수능문제를 일단 꼼꼼히 풀어 보고 고차원적인 사고력을 요하는 문제에 익숙해지는데 치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