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점수 대폭락으로 지푸라기 정보라도 잡으려는수험생, 학부모들로 입시설명회장이 여느해보다 북적대는 한켠에서는 아예 일부 수험생사이에 논술준비보다는 차라리 재수를 택하자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저학력 시비에 휩싸였던 이른바 `이해찬 1세대'인 재학생중 중상위권 이하수험생들을 중심으로 1년 더 입시학원에서 강도높은 입시교육을 받아 재도전해보자는 의식이 팽배해 있다. 이런 현상은 수능을 치른 뒤 1주일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입시학원뿐 아니라 일선 고교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던 기현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13일 서울시내 학원가에 따르면 서울 서초동의 K입시학원은 이달 12일부터 실시키로 했던 논술강의를 1주일 늦춘 19일부터 실시키로 했다. 어려워진 수능때문에 논술에 많은 수험생들이 몰릴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논술대상 학생수를 다 채우지 못했을 뿐 아니라 재수를 위한 단과강좌 개설여부 등 재수를 문의하는 수험생들이 의외로 많았기 때문. 하루 30여통 이상의 재수문의 전화를 받는다는 이 학원 원장은 "논술문의보다도`재수를 하려는데 단과강좌가 개설됐느냐'는 등 오히려 재수를 하겠다는 학생이나학부모들의 문의전화가 쇄도하고 있다"며 "당장은 논술강의가 중요하겠지만 재수문의가 폭증해 벌써부터 내년 입시 커리큘럼 검토에 들어가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 수능이 예상외로 까다로워 학원강좌를 통해 어렵게 공부해보자는 생각이 많은 것 같다"며 "특히 이번에 70~80점 이상 하락한 모의고사 350~370점대를 맞던 학생들의 문의가 많은 편"이라고 전했다. 강북 S입시학원의 경우 16일부터 논술강의를 시작하지만 대다수가 재수생들이며 재학생들은 뜸한 실정이다. 이 학원 연구부장은 "점수대가 비슷하더라도 재학생들이 재수생보다 더 충격을받은 것 같다"며 "피해의식이 팽배해 있는 이들은 평소 자기실력보다 훨씬 못미친다며 낙담해 재수를 조기결심한 고3생들로 하루 20여건 가까이 문의하는 등 예년에 볼수 없었던 현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재수생은 보통 20~40점 하락이 기본이라면 재학생은 80~90점까지 하락한 경우도 허다해 이런 경향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 강북 K고교의 경우 중상위권 학생을 중심으로 진학담당 교사들에게 재수를원한다며 상담을 요청하는 학생수가 늘어나고 있다. 이 학교 진학부장교사는 "더 나은 학교를 갈 수 있는데 재수생보다 점수가 훨씬떨어져 차라리 1년 더 공부하겠다고 울먹이는 애들이 속출하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논술준비에 매진하라고 말하지만 재수를 말릴 수도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상헌기자 honeyb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