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호텔업계가 오락업(슬롯머신)과 관광목욕장업(증기탕)의 영업을 허가해주지 않을 경우 "'2002 월드컵' 참가 선수단의 투숙을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을 공식화해 파문이 예상된다. 한국관광호텔업협회(회장 김점판)는 12일 오후 서울 한국관광공사 관광전시관에 '한국관광호텔 사업자 2차 총회'를 열고 "지방의 영세한 관광호텔들이 월드컵을 앞두고 시설도 개보수하지 못하는 등 파산직전에 놓여 있다"고 주장했다. 협회는 또 "쓰러져 가는 관광호텔을 살리기 위해서는 정부의 재정지원과 함께 슬롯머신과 증기탕의 영업이 허용돼야 한다"면서 "대부분 관광호텔의 시설이 노후돼지금 상황으로는 외국인 관광객을 도저히 받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협회는 특히 "관광호텔 활성화를 위한 특단의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국제축구연맹(FIFA)의 숙박 대행사인 영국 바이롬사와의 계약을 취소하는 것은 물론 외국관광객의 예약을 거부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경고했다. 협회는 이어 "연말까지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내년 1월 사업등록증을 반납하고 관광호텔사업을 포기하겠다"고 덧붙였다. 유병칠(柳炳七) 협회 부회장은 "우리가 월드컵을 `보이콧' 하겠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면서 "지금의 시설로는 도저히 외국 관광객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정부에 자구차원의 정당한 시설개선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문화관광부 관계자는 "슬롯머신과 증기탕 영업은 불법인데다 국민정서에도 맞지 않는다"면서 "관계부처와 협의해 해결책을 모색해 나가는 한편 최악의 사태에 대비, 민박 등 지정숙박업소를 확대지정하는 등 종합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협회에는 현재 전국의 486개 관광호텔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으며, 이날 총회에는 서울의 1급 이하 호텔 및 지방 호텔 대표 300여명이 참석했다. 전국의 218개 관광호텔은 내년 월드컵 기간(5.26∼7.3)에 패밀리용 객실 2만2천여개를 내주기로 바이롬사와 계약을 맺고 있는 상태로 이중 1-3급 관광호텔이 계약한 객실은 6천700실 정도다. (서울=연합뉴스) 심인성기자 si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