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수원 A여고 3학년 김모(18)양은 수능시험을 치른 뒤 오히려 이전보다 더 큰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 시험을 끝내고 친구들과 가채점해 본 결과 평소 모의고사 점수보다 40점 가량 떨어진 324.5점이 나왔기 때문이다. 김양은 지난달 실시된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370점을 받았고 지난 8월 시.도 학력평가에서 363점이 나왔으며, 3차례의 학교 자체 모의고사에서도 350~370점대를 유지해왔다. 그래도 평소 390점대를 유지하며 줄곧 학교 수석을 놓치지 않았던 친구보다는 사정이 나은 편이었다. 그 친구는 무려 50점 이상 낮아져 올해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재수를 생각중이라고 했다. 김양은 2학기 수시모집에서 이화여대 사범대와 성균관대 공대 등 3곳에 합격했지만 수능점수가 전체의 11%인 2등급 안에 들지 못할 경우 합격이 취소돼 정시모집에 도전해야 한다. 김양은 "전체적으로 작년 수능때보다 30~50점 하락했다고는 하지만 전국의 점수분포가 나올 때까지 불안감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부천 B고교 3학년 이모(18)군은 "1교시 언어영역에서 모르는 문제가 너무 많아 중도에 시험을 포기하고 싶은 마음을 꾹 눌러 참았다"고 말하며 이틀전의 당혹감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한 듯 했다. 수능 다음날 학교에서 가채점한 점수가 329점으로 평소 모의고사 점수보다 30점이상 낮아졌다. 이군은 "서울과 수도권 주요 대학의 지난 몇년간 학과별 수능평균점수가 수록된 입학사정자료가 모두 쓸모없게 돼버렸다"며 어떤 기준으로 지원 대학과 학과를 정해야 할 지 몰라 난감해 했다. 안양 C고교 진학지도 담당 문모(41)교사는 "전국적인 수능점수 분포와 순위가 나오기 전에는 진로를 어떻게 지도해야 할 지 누구도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한동안 사라졌던 극심한 눈치 작전이 재연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수원=연합뉴스) 박기성기자 jeansa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