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수능시험 가채점 결과, 성적 하락폭이 최고 50∼60점대인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올 입시에서 수능비중이 대폭 높아지게 됐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올해부터 수능을 9등급제로 바꾸어 자격기준으로 주로 활용하도록 하고, 5개 영역을 종합한 총점을 공개하지 않고 영역별 점수만 공개하기로 했으며 수능성적 위주이던 특차모집까지 폐지했다. 그러나 수능점수 폭락으로 수험생간 변별력이 지나치게 커짐에 따라 올 정시에서는 그 어느때보다 수능점수가 당락을 좌우하게 되는 결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여교육부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 수능비중 '절대적' = 올해는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29개 대학이 다단계전형을 실시하고 22개 대학이 수능을 자격기준으로 채택한다. 자격기준은 주로 1∼9등급인 수능 등급을 활용하나 등급은 수험생 전체를 대상으로 `상위 4% 는 1등급, 다음 7%는 2등급...'식으로 잘라나가는 상대평가이므로 수능 난이도가 쉽건 어렵건 큰 문제가 없다. 문제는 2단계부터. 대부분의 대학이 5개 영역별 점수를 자체적으로 더해 총점을 활용하며 3∼4개영역성적을 활용하는 대학이 48개, 특정영역에 가중치를 부여하는 대학이 47개나된다. 이에 따라 이 단계에서 수능점수 1∼2점차는 절대적이며 이를 통과하지 못하면논술, 면접에 아예 응시하지 못할 수도 있다. 게다가 올해 정시모집은 특차가 폐지된 이후 전체 모집정원의 71.2% 를 선발해작년의 64.6%보다 커져 지난해 정시보다 더 많은 수험생들이 수능의 영향을 받게 됐다. ◇ 안개속 눈치지원 = 올해 수험생들의 가장 큰 고민은 "내가 몇 %인지 모른다"는 것. 교육부는 수능 등급제를 도입하면서 총점을 기준으로 한 누가분포표를 공개하지않기로 해 이런 점수 대폭락 상황에서 자신의 위치가 어느 정도인지를 알수 없는 것이 가장 큰 고민이다. 일부 대학이 영역별 성적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총점을 사용하는 대학이대세여서 특히 대폭 두터워진 중하위권의 경우는 그야말로 `장님 문고리 잡기식'으로 지원하는 사태가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 사교육 의존 = 이런 상황이라면 사교육에 대한 의존도만 높이는 결과가 될수 있다. 어려운 수능을 공부하기 위해 과외와 입시학원에 몰리고, 대학에 지원할때도 역시 입시학원의 배치표에 절대적으로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기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이미 일선 고교교사들은 "지난해와 너무 다른 성적 분포에 사실상 진학지도는엄두도 내지 못하겠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조채희 기자 chaehee@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