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치러진 2002학년도 수능의 난이도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일선고교와 수험생 학부모들은 난이도 조절에 실패한 '엽기수능'이라고 비난하는 반면 상위권 대학들은 '변별력이 생겨 입학전형이 수월해질 수 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 일선고교 수험생들 =일선고교에서는 토플영어시험처럼 수능의 난이도도 매년 일정하게 유지할 필요가 있다며 근본적인 손질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난이도가 높고 낮은 게 문제가 아니라 높으면 계속 높고 낮으면 계속 낮아야 학생들이 대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교육정책에 따라 난이도가 들쭉날쭉하면 학교교육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런 점에서 이번 수능은 '완전 실패'라고 교사와 수험생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평균점수 하락폭이 지난해에 비해 40∼50점 이상이라면 난이도 조절에 실패한 것 아니냐는 얘기다. 지난해의 경우 4∼5점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오히려 26.8점이나 올라 일대 혼선을 빚었던 전례가 올해는 거꾸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더욱이 교사들은 출제당국이 말한 '적정난이도 77.5점±2.5'는 지금 단계에서 난센스가 됐다고 비난하고 있다. 결국 난이도 조절을 위해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주도로 진행되는 수능출제 방식에 근본적인 수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주요대학들 반응 =난이도 실패를 주장하는 일선고교 등과 달리 주요 대학들은 이번 수능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 대조를 이루고 있다. 주요 대학들은 높은 난이도로 인해 고교교육이 다시 입시교육화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지만 변별력 확대로 입학 전형에서 올바른 학생을 선발할 수 있게 됐다는 반응이다. 이번 수능이 아무리 어려웠다하더라도 최상위권, 상위권과 중위권의 구별이 뚜렷해지지 않았겠느냐는 것이다. 특히 상위권 대학의 경우 고득점대가 많아 논술과 면접을 강화했던 지난해와 같은 일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대 유영제 입학관리본부장은 8일 "변별력 강화라는 점에서 수능이 지나치게 쉬운 것보다는 이번 수능이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려대 김승권 입학관리실장도 "대학 입장에서는 우수학생 확보 차원에서 기본적으로 어려운 수능으로 변별력을 높이는데 찬성한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또 "대학관계자들은 지난해 지나치게 쉬운 수능 때문에 당시 입학한 학생들이 공통적으로 수학능력이 떨어진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서 "이같은 점을 감안하면 수능이 일정기준 이상의 변별력을 갖고 있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고기완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