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실시된 2002 수능시험의 성적하락폭이 전례없이 큰 것으로 나타나면서 고3 교실이 충격에 빠졌다. 일선 교사들도 해마다 들쭉날쭉한 난이도 널뛰기 현상에 따라 어디에 기준을 두고 진학지도를 해야 할지 곤혹스러워하고 있어 교육현장에서 대혼란이 예상된다. 8일 오전 서울시내 대부분 고등학교는 급격한 성적하락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채 일부 교실은 눈물바다를 이뤘고 학부모들은 상상못했던 최악의 점수에 망연자실해있는 자녀들을 달래느라 밤잠을 설쳤다. 이처럼 큰 정신적 충격으로 일부 학생들은 아예 정시지원을 포기할 조짐까지 보여 앞으로 남은 논술과 면접 등 정시준비에 적지않은 차질이 예상된다. 이른바 '이해찬 1세대'로 불리는 현 고3생의 학력저하 문제와 맞물려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 하락폭은 교육부나 입시학원에서 발표한 수치를 20∼30점 가량 상회하는 것이어서 또다시 난이도 조정에 실패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있다. ◆'대공황' 수험생 = 서울시내 E여고의 경우 수험생 상당수가 책상에 엎드린 채 울음을 터뜨리는 등 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교사들이 일단 학생들을 진정시키는데 급급,가채점은 엄두도 못냈다. K고교의 경우 가채점 결과 350점 이상이 반당 2∼3명에 그치자 수험생이나 교사들 모두 아연실색, 고3교실 전체가 '초상집'분위기였다. 강남의 S고는 서울법대를 목표로 평소 모의고사 390점대였던 학생 점수가 약 20점 떨어지는 등 상위권은 보통 30-40점, 중하위권은 50-70점까지 하락했으며 상당수학생은 아예 가채점 결과 제출 자체를 포기, 정확한 성적분포가 파악되지 못했다. 점수하락폭이 상대적으로 적은 재수생 역시 대부분 시험을 망쳤다는 생각에 '삼수의 길에 들어서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낭패감에 빠져있다. 또 전례없는 점수하락폭으로 수능자격기준 만족을 조건부로 합격의 문턱에 있던 2학기 수시모집 예비합격자들 사이에도 '등급 안에 못 들어 정시준비를 해야 하는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팽배했다. 이에 따라 수능 당일부터 교육부 인터넷 홈페이지는 수험생과 학부모의 항의방문이 폭주, 8일 오전까지도 접속불능 상태가 계속된데 이어 담당부서에는 '교육부는 자폭하라' 등 성난 학부모들의 항의전화가 빗발쳐 업무 마비상태에 빠졌다. ◆ 진학지도 '대혼란' = 일선 교사들도 막막한 심정이다. 일단은 학생들을 다독이고 남은 관문인 심층면접과 논술 교육에 막바지 힘을 다해야 하지만, 해마다 반복되는 난이도 널뛰기 현상에 따라 진학지도의 가닥을 제대로 잡지 못하겠다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난이도가 올해와 비슷했던 99년도나 2000년도를 기준으로 지도를 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지만 현저히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는 현 수험생들의 학력수준을 감안하면 이 역시 마땅치 않다. 수능 당일만 해도 변별력 강화로 진학지도가 쉬워지리라는 낙관론도 있었지만 최상위그룹 초자 점수하락폭이 큰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전반적인 하향안정지원 경향속에 특히 비슷한 점수대에 많은 수가 몰릴 것으로 보이는 중.하위권의 경우 눈치작전이 극심할 전망이다. 서울시내 한 고교 3학년 부장교사는 "이런 점수대는 유례없는 것인데다 학생들도 심리적 위축과 회의감이 최고조여서 어떻게 정시지도를 해야 할지 난감하다"며 "어쨌든 빠른 시일내에 혼돈상태를 수습하고 수험생들이 제자리를 찾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대학 반응 = 대학들은 우선 어려운 수능으로 인한 고득점 인플레 및 동점자 감소 등 변별력 강화에 대해 일단 환영하면서도 해마다 둘쭉날쭉한 난이도 격차가 가져올 입시정책의 혼선을 우려했다. 쉬운 수능이 계속됨에 따라 이를 감안, 면접과 논술, 내신 등으로 선발과정상의 안정장치를 마련했던 대학들로서는 갑작스런 난이도 상향조정으로 수능점수가 당락의 실질적 변수로 떠오름에 따라 전형요소간 반영비율 등 이미 정해놓은 입시정책에차질을 우려하고있다. 정시모집에서 1단계에서만 수능점수를 반영, 2단계에서는 제로베이스 형태로 신입생을 선발하는 서울대 유영제 입학관리본부장은 "일정한 수준의 난이도 유지가 되지 않는다면 1∼2년전 미리 세워놓는 대학들의 입시정책에 혼란만 가중될 것"이라고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기자 hanks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