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치러진 200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은 문제가 어렵게 출제되는 바람에 시험장마다 일부 수험생들이 당황해 울음을 터뜨리거나 심지어 중도에 시험을 포기하는 학생들도 속출했다. 수험생들은 매교시 시험이 끝나면 삼삼오오 모여 "왜 이렇게 문제가 어려운지 모르겠다", "내가 못 본거냐 아니면 다 마찬가지냐"며 하소연하는 등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구정고에서 시험을 본 한 재수생은 1교시 언어영역 시험이 끝난 뒤 고사본부까지 찾아와 무릎을 꿇고 "답안지에 답을 미리 옮겨적지 못했다"며 "인생이 걸린 문제인데 한 번만 봐달라"며 울음을 터뜨렸으나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아현중학교에서 시험을 본 모의고사 375점라는 박찬근(18)군은 "수리영역의 적분 문제가 매우 까다로워 전혀 풀지 못했다"며 "평소 80점 만점에 77점 정도를 맞았는데 이번에는 70점만 넘어도 다행일 것 같다"고 혀를 찼다. 대학을 졸업한 뒤 의대에 가기위해 수능을 준비해왔다는 모의고사 385점대인 김용희(29)씨는 "평소 수리영역에서 많아야 하나 정도 틀리거나 만점을 받았는데 이번시험에서는 객관식 3개를 아예 손도 못대 중간에 나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며 점심도 먹지 않은 채 멍한 표정을 지었다. 여학생들이 시험을 본 배화여고에서는 1교시가 끝난 뒤 계단에 쭈그리고 앉아 울고 있는 여학생들도 눈에 띄었으며, 2교시가 끝난뒤에는 점심도 거른 채 걱정된 표정으로 친구들과 문제풀이를 해보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특히 시험이 어렵게 출제되자 재수생을 중심으로 서울에서만 1,2교시가 끝난 뒤 시험을 포기하고 돌아간 학생이 700여명에 달했다. 서울교육청에 따르면 당초 결시자가 6천65명이었으나 언어영역이 끝난 뒤 319명이 시험을 포기했고, 수리영역을 마친 뒤 387명이 추가로 포기한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 경기고에 마련된 시험장에서는 1교시가 끝난 뒤 3명이 2교시 수리영역 시험을 치르지 않았으며, 2교시 시험이 끝난 뒤에도 재수생 등 3명이 "시험을 더이상 못보겠다"며 돌아갔다. 구정고에서 시험을 본 재수생 김모(20.대학1년)씨는 "좀 나은 대학을 가려고 응시했으나 시험이 너무 어려워 지난해 보다 점수가 낮을 것 같아 1교시만 보고 포기했다"며 교문을 나섰다. 경기고의 한 교사는 "매년 감독을 해왔지만 유달리 중도 포기자가 적지않고 시간에 쫓겨 매교시 종이 울릴 때 황급히 답안지에 옮겨적는 학생들도 많은 것 같다"며 "지난해 너무 쉽게 나왔기 때문에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어렵게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장영은.이상훈 기자 ofcours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