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중견.소장판사 33명이 '사법 개혁'을 요구하며 법관공동회의를 구성한데 이어 다른 법관들의 반박, 재반박이 이어져 지난 99년 대전 법조비리 사건을 계기로 촉발됐던 사법부 논쟁 파문이 재연 조짐을 보이고있다. 조병현 서울 행정법원 부장판사는 최근 법원 내부 전자게시판에 띄운 '거대 담론의 함정'이라는 글에서 "공동회의는 '행정부나 검찰, 대변호사들 때문에 재판을 제대로 할 수 없을 정도이며 이들의 압력을 거부하려면 승진 탈락으로 판사를 그만둘각오까지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며 이를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섰다. 조 부장판사는 "공동회의측은 밤새워 일하는 많은 젊은 판사들이 자신이 관여한 판결이 왜곡된 적이 없었는지 의심하게 만든다"며 "어떤 근거로 중견법관들이 왜곡된 판결을 했다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고위법관 출신 변호사들의 사건 수임 자제 요구는 무리"라며 "만일 그들이 무리한 변론을 한다면 이는 그들의 인품에 관한 일"이라고 밝혔다. 또 "검찰이나 행정부가 재판과정에 압력을 가한 적이 있는지 견해가 다를 수 있다"며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 견제나 법원의 예산 제출권 등 주장은 헌법이나 법률 개정이 전제이므로 삼권분립 원칙에 비춰 사법부 판사들의 집단적 의사 표시는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논의의 실익이 없는 거창한 문제제기를 하고 법관인사같은 예민한 문제에 대해 자극적인 표현을 쓴 것은 언론을 의식한 것이 아닌가"라고 묻고 "자신들의 주장에 동조하지 않는 판사들을 출세나 쫓는 반개혁적 판사로 치부한다면 그 또한 독선"이라고 비판했다. 조 부장판사는 "다만 공동회의 주장중 고등부장 승진제 개선 등은 법관들이 활발히 의견을 개진하고 법원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곽용섭 인천지법 판사는 즉각 조 부장판사 글의 부제인 '10월을 보내면서'를 빗댄 '11월을 맞으면서'라는 글을 띄워 재반박했다. 곽 판사는 "거대 변호사들로부터의 심리적인 부담 우려를 제거해달라는 요구를 '당신들은 그 영향을 받았냐, 아니면 중견법관들이 그릇된 판결을 했냐'는 식으로따지는 것은 올바른 전제 설정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곽 판사는 "지금까지 공개적으로 논의하지 못한 문제를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려는 제안이 왜 '자신들의 주장에 동조하지 않는 판사들을 반개혁적 판사로 치부하는것'으로 오해되는지 이해가 안된다"고 밝혔다. 이같은 논쟁에 대해 한 법원 관계자는 "사법부 발전을 위한 논의라고 생각한다"며 파문 확산을 경계했다. 조 부장판사는 법관공동회의 결성을 주도한 문흥수 서울지법 부장판사와 사법연수원 동기(11기)며 곽 판사는 연수원 26기의 소장판사다. (서울=연합뉴스) 박세용 기자 s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