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국가정보원 직원들이 국정원을 상대로재판을 할 때조차 국정원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현행 국가정보원직원법은 헌법상기본권인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며 법원이 위헌심판을 제청,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주목된다. 서울 행정법원 행정11부(재판장 조용호 부장판사)는 28일 "직원(퇴직자를 포함)이 사건당사자로서 직무상 비밀을 진술하려면 미리 원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규정한 국정원직원법 17조 2항에 대해 직권으로 헌재에 위헌심판을 제청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국정원 직원들이 명목상 국정원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더라도 소송상대방인 국정원장 허가에 의해서만 진술할 수 있는 것은 법원에서의 진술권을 실질적으로 제한, 아주 불리한 법적 지위에 놓이게 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직원들은 유리한 사실을 자신이 아닌 소송상대방의 의사에 따라 진술할 수밖에 없어 소송의 기본구조인 변론주의가 무의미해지고 평등하게 공격.방어를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국정원장이 진술 허가를 늦추면 근본적으로 신속한 재판을 받을 수 없고 직원들이 주장하는 위법사유의 진술을 국정원장이 불허할 경우 이를 다퉈볼 방법조차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국정원장 허가 외에도 비공개 재판 등을 통해 비밀누설을 방지할 수있다"며 "현행법은 국정원장을 상대로 한 소송과 그렇지 않은 경우를 구별하지 않아헌법에 보장된 재판청구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밝혔다. 이 재판부는 지난 99년 3월 직권면직된 국정원 전직 고위직원 21명이 같은해 10월 낸 직권면직처분 취소 청구소송을 진행중이지만 원고들이 국정원측의 진술 허가를 받느라 더딘 재판진행을 보이고 있다. 소송대리인인 손범규 변호사는 "이번 결정으로 기밀보호를 내세워 지나친 정보통제를 해온 국정원의 관행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과거 중앙정보부직원법은 "전현직 직원이 사건당사자로서 비밀에 속한 사항에 관해 관계기관의 심문을 받을 때 정보부장은 필요한 보안조치를 요청할 수 있다"고만 규정했으나 80년 생긴 구 국가안전기획부직원법부터 지금과 같은 조항으로개정됐다. (서울=연합뉴스) 박세용 기자 s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