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만에 죽음이라니' 만성 B형 간염에 걸리기는 했지만 큰 이상없이 회사를 다녔는데 뜻하지 않게 간암 선고를 받고 3개월만에 사망했다는 사연은 주변에서 자주 듣는 얘기다. 유족들의 마음은 휑뎅그렁하기 짝이 없다. 간염바이러스에 의한 만성 B형 간염과 음주에 의한 알코올성 간염은 한때 국민병으로 일컬어졌다. 그러나 지난86년 아시아게임을 앞두고 대대적인 간염 예방백신 접종사업이 이뤄진 덕분에 최근 우리나라의 간염환자는 80년대 초반에 비해 50%이상 줄었다. 그러나 간염에 일단 한번 걸리기만 하면 만성피로 식욕부진 구토 발열 구취 간성혼수 황달 복수 등으로 힘든 삶을 영위해야 한다. 또 만성 B형 간염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지나친 두려움으로 인해 환자들은 사회적 차별을 받고 있다. 그릇된 치료법에 현혹돼 낫지도 못하고 돈을 날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대한간학회(회장 정규원 가톨릭대 의대 교수) 한국글락소스미스클라인(사장 김진호)은 지난해부터 10월20일을 '간의 날'로 정하고 '간염퇴치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간염의 예방과 치료에 대해 알아본다. 간에 대한 오해들 =술을 좋아하거나 업무상 술을 자주 마시는 사람은 한번쯤 자신의 간 상태를 걱정하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술을 많이 마시면 간경화나 간암 등에 걸린다고 생각하지만 술로 인한 간경화나 간암의 발생률은 실제로 10~20%에 불과하다. 오히려 80% 이상이 B형과 C형 바이러스에 의해 발병한다. 간질환은 만성간염에서 간경변증 간암에 이르기까지 종류 및 증상의 정도가 실로 다양하다. 간은 '침묵의 장기'로 불린다. 웬만해선 증상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심한 피로감, 전신쇠약감, 구토, 식욕감퇴 등의 증상을 보이지만 다들 피로해서 그러려니 하고 간과하기 쉽다. 또 초기 간암의 경우는 특별한 증상이 없으며 간 초음파 검사 등으로 발견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활동성 B형 간염을 제외하면 웬만한 간염은 혈액이나 체액을 통한 직접적인 접촉없이는 전염되지 않으므로 간염보균자를 지나치게 멀리 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의료종사자, 불결한 위생상태로 문신을 새기거나 주사 혹은 침을 맞은 사람,마약중독자, 가족중 간염환자가 있는 사람은 조심해야 한다. 건강검진시 간 수치 보는 법 =건강검진시 나오는 간 수치의 해독법을 알아본다. (1) AST(GOT)와 ALT(GPT) :간세포 안에 들어 있는 효소의 농도로서 간세포가 파괴되거나 손상되면 유출돼 혈중 농도가 증가하게 된다. 정상은 대개 40까지이며 ALT가 AST보다 더 정확히 간질환을 반영한다. 간경변증이 되면 AST와 ALT치는 오히려 정상이거나 정상에 가까운 경우가 많다. 따라서 AST, ALT치가 정상에 가깝다고 간질환에 대해 안심할 수는 없다. (2) 빌리루빈 :황달을 반영하는 검사치. 간은 담즙을 만들어 장쪽으로 배출하는데 이를 담당하는 간세포의 수가 충분치 않으면 간의 담즙배설 기능에 장애가 와서 혈중 빌리루빈이 증가하게 된다. 만성간염이 심하거나 간경변증이 있을때 췌장암 용혈(溶血:적혈구 깨짐) 등에 걸렸을때 볼 수 있다. (3) 알부민 :간에서 만들어지는 단백질의 25%, 혈청단백질의 50~60%를 각각 차지한다. 따라서 간세포의 기능이 저하되면 알부민이 충분히 만들어지지 못해 혈청 알부민이 낮아진다. 알부민치가 낮으면 몸이 붓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4) 알칼리성 포스파타제 :만성간염이나 간경변증에서도 수치가 올라갈 수 있으나 만들어진 담즙이 간세포에서 잘 배출되지 못하거나 담도가 막혔을 때 현저히 증가한다. 간에 종양이 생겼을 때도 상승할 수 있다. 이밖에 골대사에 이상이 있을때 수치가 오른다. (5) 감마-GT :알칼리성포스파타제와 유사한 지표이며 특히 최근 술을 많이 마셨을때 상승한다. (6) 프로트롬빈 시간(PT) :피가 굳는데 걸리는 시간을 말한다. 혈액응고인자(프로트롬빈)에 의해 피가 응고되는데 이를 만드는 간세포가 충분치 않으므로 PT가 길어진다. 치료 =간질환자는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고단백.고탄수화물 식사를 해야 한다. 약물치료로는 부신피질호르몬제(자가면역질환에 의한 만성활동성 간염에만 효과) 실리마린(간세포를 안정화시켜 국소적으로 간염증지수를 낮추는 효과) 글루타치온(생체내 간의 환원작용을 촉진해 해독을 도움) 아르기닌 글리신 시스테인 메치오닌 아스파틴산 등 간에 좋은 필수 아미노산 등이 대중요법으로 처방되나 효과는 일시적이거나 그다지 높지 않다. B형 간염의 경우 제픽스(성분명 라미부딘)만이 간염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함으로써 간염이 간경변이나 간암으로 악화되는 것을 막는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