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지난해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고령화사회'(Aging Society)에 진입했다. 이에 따라 노인들을 상대로 한 '실버 비즈니스'(Silver Business)가 유망 산업의 하나로 각광을 받고 있다. 65세 이상의 인구가 늘면서 유복한 노인들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최근 실시한 '전국 노인생활 실태 및 복지욕구조사'에 따르면 전체 노인 인구의 56.6%가 자녀의 도움없이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으며 근로 능력도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건강과 경제력으로 무장된 '신세대 고령자'들은 이전 세대와는 달리 '제2의 청춘'을 구가하는데 관심이 크다. 그간 모은 재산을 갖고 관광과 쇼핑, 레저활동을 즐기기에 바쁘다. 이 덕택에 실버시장은 이미 '미래의 황금어장'으로서의 위상을 다지고 있다. 고급 실버타운이 앞다퉈 신설되는가 하면 노인병 전문 클리닉도 생겨나고 있다. 금융기관마다 이들의 자금을 유치하기에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정보통신업체가 평생 고객을 잡기위해 10대를 중심으로 신상품을 쏟아내듯이 '실버소비주도시대'를 맞아 고령자의 '예금통장'을 겨냥한 업체간 경쟁은 갈수록 뜨거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실버세대는 강력한 소비계층 =중산층 이상 고령층은 이미 강력한 소비집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저축과 국민연금제도 실시 등으로 노후 소득을 확보한 고령자들이 늘어나는데다 은퇴후 창업과 재취업전선에 뛰어드는 노인들도 증가하고 있어서다. 사회 전반에 확산되는 개인주의적 가치관과 맞물려 고령자 스스로를 위한 능동적인 소비도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보건사회연구원은 오는 2010년엔 실버계층이 민간 소비의 11.5%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LG경제연구원의 배재성 책임연구원 "중산층 이상의 고령자들은 정부가 제공하는 노인복지 서비스에 기대기보다는 자신의 경제력을 바탕으로 질 높은 서비스를 추구하게 될 것"이라며 "고령자가 소비할수 있는 능력이 커진데다 가치관도 자기중심적으로 변화한 것이 실버 비즈니스가 활성화될수 있는 좋은 토양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버산업도 꿈틀 =부유한 실버세대를 겨냥해 주거와 의료, 여가시설 등을 골고루 갖춘 고급 실버타운이 문을 열고 있다. 청소 세탁 식사 등 기본적인 서비스는 물론 입주 노인들의 건강을 수시로 체크하는 의료진과 취미 오락 등 여가생활을 돕는 상근 사회복지사까지 갖추고 여유 있는 실버세대를 유혹하고 있다. 백화점과 할인점 등마다 실버패션이나 노인용 건강기구 등을 취급하는 매장을 설치하고 있다. 이마트의 경우 지난 98년부터 실버층을 위한 '건강용품 코너'를 전 점포에 마련, 각종 의료보조기구와 요실금 팬티 등 1백여가지 노인전용 상품을 팔고 있다. 고령자 대상으로 건강 관련 기기와 건강식품을 취급하는 실버 전문매장이 늘어나고 실버용품과 서비스를 전문으로 제공하는 인터넷쇼핑몰도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추세다. 실버세대를 겨냥한 금융상품과 여행상품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 정부도 실버산업 지원에 팔을 걷고 나섰다. 정부는 요양원과 복지시설, 노년층 대상 레저업 등 노인 관련 서비스업의 활성화를 위해 각종 규제 완화와 제도 정비를 추진하고 장기저리 융자 등 금융지원 방안을 모색중이다. 또 노인 고용 촉진을 위해 일자리 창출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퇴직 노인들을 대상으로 재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실버시장 전망 =우리나라 실버산업은 현재 확산단계에 있지만 향후 발전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고령화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데다 공무원 군인 사립학교 교원 등 연금 수혜자들이 매년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는 2008년이 되면 국민연금제도가 도입 20주년을 맞아 정규 수혜자가 나오기 시작한다는 점이 이같은 전망을 뒷받침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65세 이상의 노인인구를 대상으로 한 한국의 실버시장 규모가 오는 2005년에 25조원으로 커지는데 이어 2010년엔 37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연 평균 10%에 가까운 신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중 주거 관련 분야와 여가활동 분야의 실버시장 규모는 2010년에 각각 10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또 보건.의료분야 실버시장은 2010년에 8조원, 생활 관련 분야 실버시장은 2010년에 의류부문 2조원, 식품부문 7조원 등 총 9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보건사회연구원은 현재 일본 수준의 노인복지서비스를 제공하려면 2010년까지 유료가정봉사원 6만5천명 유료단기보호시설 2만2천개 유료주간보호시설 6천4백개 유료노인요양시설 5만1천개소가 필요할 것으로 추정했다. 향후 대대적인 노인요양 관련시설의 확충과 인력 양성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LG경제연구원 배재성 책임연구원은 "실버 비즈니스의 성장력을 볼 때 지금은 시장 선점을 위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선행 투자에 적?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실버 비즈니스가 수익사업이기는 하지만 공익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국내 실버 비즈니스가 국제경쟁력을 갖추려면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