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실업대책의 현 주소는 무엇일까. 실업 전문가들의 평가는 일치된다. 바로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는 것이다. 정부는 외환위기 이후 각종 실업대책을 쏟아냈다. 지난 3년여간 지구상에서 쓸수 있는 모든 실업대책을 시험적으로 운영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이러다보니 실업정책도 경기 변동에 따라 유연하게 움직이는 영.미식과 근로자 보호를 중시하는 유럽식 사이에서 적잖은 혼선을 빚기도 했다. 더구나 노동부 산하 고용안정센터가 당장의 실적을 내는 데만 급급, 취업자 수를 부풀린 사실이 드러나는 등 조삼모사(朝三暮四)식 정책에 따른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이같은 측면에서 정부가 중.장기적 관점에서 내놓아야 할 근본적인 실업대책의 골격을 살펴보자. 백화점식 실업정책 =정부의 실업정책은 대체로 공공근로를 통한 단기 일자리 제공 직업훈련 고용장려금 등 고용안정 지원 실업급여 등 실업자 생활안정 자활 지원 취업알선 지원 등 여섯가지 측면에서 실시돼 왔다. 이중 감원(減員) 방지를 유도하는 고용장려금을 제외하면 모두가 이미 발생한 실업자를 구제하는데 중점을 둔 정책이다. 이원덕 한국노동연구원장은 "사후대응적 성격이 강한 실업정책을 실업예방 차원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전국 2천여개 고용안정센터에서 근무하는 직업상담원의 수준을 높이고 이들이 자신감을 갖고 일할수 있는 환경도 조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장을 뛰는 직업상담원의 역량이 커질수록 유럽식 실업예방정책도 이땅에서 나타날수 있다는 얘기다. 청년실업 해법은 '교육 개혁' =올해 50만명에 달하는 대학생들이 졸업했지만 절반을 넘는 졸업자들이 끝내 일자리를 얻지 못했다. 정부가 청년층 인턴제와 IT(정보기술) 직업훈련 등 기존 처방에 매달린 탓이 크다. 전문가들이 내놓은 새로운 처방은 수요자 중심의 학교교육시스템으로 상품(대졸자)의 가치를 높이자는 것. 김성식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공식적으로 70만명에 가까운 실업자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구인난을 겪는 업체가 숱하다는 사실은 한국 노동시장이 안고 있는 모순"이라며 "노동시장 수급 불균형의 본질적인 문제는 경제성장을 따라가지 못하는 교육제도에 있다"고 지적했다. 첨단기술 및 과학인력에 대한 공급은 부족한 반면 인문.사회계 고학력자의 공급은 오히려 증가, 고학력자의 수급 불균형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설명이다. 안주엽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고등교육부터 평생교육까지 각 교육단계에서 산업 수요에 부응토록 교육체제와 학과과정을 개편하는 한편 산업별.직종별 인력수요 전망에 따라 학사과정을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년실업 해법은 '규제완화' =대체로 중년층 실업자는 다른 직종의 직업을 구하기 어려운 만큼 창업 지원을 받는 것이 적합하다. 이같은 점을 감안해 정부는 중소기업은행과 기술신용보증기관 등을 통해 이들의 창업을 돕고 있다. 그러나 창업 및 기업 활동을 가로막는 규제로 인해 정책효율성이 반감되고 있다. 양병무 경총 노동경제연구원 부원장은 "미국의 경우 정부가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법과 제도를 기업하기에 유리한 환경으로 조성한 덕택에 수년간 낮은 실업률을 유지할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술담보제도 활성화 기술보험제도 도입 산학연계망 강화 등을 통한 창업하기 쉬운 환경 조성 등을 제기했다. 여성실업 관건은 '육아 및 보육정책' =여성실업 문제는 상황의 심각성에 비해 실업정책 측면에서 소홀히 취급되는 편이다. 임신 출산에 관한 보호 여부가 여전히 가족 차원의 문제로 취급되면서 직장내에서 여성이 보호받을 수 있는 여건이 갖춰져 있지 않은 실정이다. 이로인해 여성 채용을 기피하면서서 우리나라 25~34세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다른 연령군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지는 것도 이같은 현실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한국여성개발원 관계자는 "직종 개발과 직업 훈련 등 단기 대책과 함께 여성의 사회참여를 근본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도록 육아 및 보육 관련 정책을 정비하고 모성보호제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보육시설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6세 미만 아동의 보육비에 대한 소득공제를 실시하는 방안도 검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여성가장 실업자 취업훈련, 여성가장 채용장려금제 운영 등 기존 대책의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