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기업의 거짓회계를 눈감아줘 이를 믿고 투자한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끼친 공인회계사 및 회계법인 대표에 대해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특히 이번 판결은 실무를 담당하지 않은채 회계보고서에 서명만 한 회계 책임자에게도 손해배상 책임을 물은 것이어서 파문이 예상된다. 서울지법 민사19부(재판장 최철 부장판사)는 11일 산은캐피탈 등 벤처캐피털 3개사가 "회계감사 보고서를 믿고 A업체에 89억여원을 투자했으나 1년여만에 부도가 나 투자손실을 입었다"며 S회계합동사무소 대표 김모씨와 공인회계사 전모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피고들은 원고들이 청구한 배상액 10억원 전액을 지급하라"며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들은 A업체가 손실로 처리할 부실자산 61억원을 예금으로 처리한 사실을 알고도 이를 재무제표에 반영토록 하거나 감사보고서에 기재하지 않았다"며 "감사 담당 회계사는 물론 보고서에 서명만 한 회계책임자도 감사업무를 정당하게 수행하지 않은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문제의 61억원은 회사 자본금(6억원)의 1천16%,당기순이익(27억원)의 2백34%에 달하는 거액으로 투자자들의 투자결정에 커다란 영향을 줬다"며 "이로 인해 발생한 손해에 대해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과 민법상 배상책임을 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