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용태 < 노동부 장관 > 지난 30여년간 노동부 공무원, 국회의원, 혹은 민간인으로 노동분야에 몸담으며 대립과 투쟁을 뛰어넘어 참여와 협력이라는 상생의 노사관계를 구축하는 방안을 계속 생각하고 고민해 왔다. 70,80년대 산업경제시대만 해도 근로자의 기본적인 권익 보호가 최대의 과제였다. 근로자들은 임금과 근로시간 등 근로조건 보호와 노동조합 활동 보장 등을 요구했고 이를 위해 파업 등 단체행동에도 나섰다. 정부가 노사갈등 해결에 나서면서 노사 협력을 통해 상호이익을 높이자는 제안이라도 하면 당장 노조로부터 기업주의 이익만을 고려한 정책이라고 매도당하기 일쑤였다. 그러나 디지털혁명 바람이 불어닥친 90년대이후 무한경쟁이 불가피한 지식기반 정보화사회에 접어들면서 참여와 협력의 노사관계 정착은 필연적인 화두로 다가왔다. 선진국들은 이미 80년대부터 협력적 노사문화의 중요성을 인식, 실천해 왔다. IMF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우리 경제도 좋든 싫든 세계경제의 일부가 됐다. 무한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기업의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는 공감대까지 형성됐다. 단체협약에 아무리 튼튼한 고용안정 규정을 명문화한다해도 기업이 망하면 휴지조각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한마디로 '기업이 없으면 근로자도 있을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우치게 된 것이다. 우리는 이같은 교훈을 토대로 노.사.정이 합심해 외환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었다. 특히 노사의 고통분담 노력이 있었기에 짧은 시간내에 경제를 회복시킬수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경제위기를 조기 극복한데 따른 이완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올들어서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경제전망도 어두워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지하철공사와 한국후지제록스 대우전자 등 일부 기업들에서 무분규 또는 노사화합선언이 잇따른 것은 청신호라고 할 수 있다. 산업현장이 서서히, 그러나 착실하게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달리말해 지난 30여년동안 숙제로 간직해 왔던 상생의 노사공동체라는 새싹이 신노사문화 우수기업들 속에서 움트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공존공영을 지향하는 노동운동의 모습은 곳곳에서 발견된다. 2001년 하반기 신노사문화 우수기업으로 선정된 대우전자와 디피아이 노조의 모습은 감동적이다. 노조는 직접 기업을 살리기 위해 자사 제품 판매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휴일 반납과 임금 삭감 등 고통 분담을 자청했다. 그 결과 대우전자는 경영실적이 급속도로 개선됐다. 디피아이도 떠났던 동료를 모두 품안에 다시 안을 수 있었다. 경영진은 경영정보 공개와 공정한 성과배분 등을 당연히 여길 정도가 됐다. 70,80년대만 해도 기업비밀이라며 이를 숨기려했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하반기 신노사문화 우수기업중 외국인투자기업인 한국후지제록스의 경영진도 직원들과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고 경영정보를 알리며 노사협력을 이끌어왔다. 지난해부터 선정된 신노사문화 우수기업은 1백24개에 이르렀다. 이같은 회사들을 기반으로 산업현장에서 노사가 새로운 발전적 관계를 모색한다면 우리 경제는 능히 '제2의 도약'을 통해 한단계 발전할수 있다. 여기에 절실히 요구되는 상생의 노사관계 정착을 위해 정부는 각 사업장 노사관계의 특성에 맞는 눈높이 지원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