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대학 전산망에 침입, 성적을 조작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이모(27.광주 남구 월산동)씨는 지방대 취업난이 부른 희생양이었다. 올 2월 광주 C대 공과대학을 졸업한 이씨는 지금까지 여덟 차례나 취업문을 두드렸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지방대 졸업생 중 취업 재수, 삼수가 허다한 것을 볼때 이제 갓 대학문을 나선 이씨는 취업에 무척 적극적었던 것이다. 컴퓨터와 영어만 잘하면 취업이 된다는 주변의 말에 따라 영어와 컴퓨터 만큼은 열심이었고 특히 컴퓨터 능력은 공대 졸업생 중에서도 수준급에 속할 만큼 뛰어났기 때문에 큰 기대를 했던 것이다. 번번이 취업의 문턱에서 퇴짜를 맞았던 이씨는 그 원인이 저조한 대학 학과 성적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이를 해결하려는 방안으로 해킹을 통한 성적 조작을 하게 됐다. 더욱이 시장에서 모자 장사를 하는 어머니와 노동판에서 일을 하는 아버지를 생각하면 취업은 발등의 불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작된 성적 증명서를 입사 원서에 첨부했으나 이마저도 허사였고 결국 범행 사실만 들통나 20대의 젊은 나이에 철창 신세를 지게 됐다. 이제 양심을 속인 범죄자로 낙인 찍힌 이상 취업은 거의 불가능하게 됐다. 이날 경찰서를 찾은 이씨의 어머니는 "가정형편이 어렵다며 항상 고민했었는데 얼마나 취업을 갈망했으면 그런 일을 했겠습니까"라며 경찰에 선처를 호소했다. 이씨는 경찰에서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을 못해 부모님께 면목이 없었다"며 "재학시절 학업에 좀 더 열중하지 못한 게 후회된다"고 고개를 떨구었다. (광주=연합뉴스) 남현호기자 hyun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