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는 땅에 농작물을 재배해 모은 돈으로 4년여간 장학사업 등을 펼쳐 온 산골 노인들이 9일 제5회 노인의 날을 맞아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화제의 주인공들은 경북 포항시 북구 기북면 탑정2리 노인회(회장 진창하·84). 회원 35명중 30명이 70∼80대 고령인 이들은 '황혼기'에 보람된 일을 하기로 의견을 모으고 지난 98년 마을내 휴경밭 4백여평에 감자와 호박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첫 수익금은 60만원. 결코 많다고 할 수 없는 금액이지만 노부모를 모시는 중학생 2명에게 처음 전달했을 때는 뿌듯함이 느껴졌다고 한다. 노인회는 내친 김에 이듬해부터는 휴경 논밭면적을 4천여평으로 늘리고 작물도 벼 감자 콩 등으로 다양화했다. 수입이 연간 3백만∼4백만원으로 늘어나면서 나름대로 장학사업의 규모가 갖춰졌다. 이렇게 해서 노인회는 올해까지 모두 17명의 학생들에게 3백60만원의 장학금을 건넬 수 있었다. 이들은 대부분 홀로 사는 노인이면서도 자신보다 곤궁한 이들을 그냥 넘기지 않았다. 해마다 수재민돕기 성금을 냈고 20㎏들이 감자 1백23부대를 불우이웃에 전달하기도 했다. 탑정노인회는 또 잊혀져 가는 농촌의 전래 풍습인 '벽갈대 세우기''손 모내기 및 농요'등을 재현하는 데도 앞장서는 등 농촌 노인들의 바람직한 역할과 위상 제고에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 포항=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