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러시아와의 '뒷거래'를 통해 러시아 남쿠릴열도(북방4도)에서의 제3국 조업금지를 추진한 것으로 알려져 어업인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이에 앞서 일본 정부는 한·일 어업협정 합의사항을 무시한 채 우리 어선에 대해 남쿠릴 이남인 일본 산리쿠 수역에서의 조업허가장을 내주지 않는 등 꽁치분쟁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1만5천t어장 뺏길 판=러시아와 일본의 밀약에 가까운 잠정합의에 따라 우리나라가 남쿠릴열도에서 꽁치를 잡지 못하게 되면 내년부터 1만5천t의 어장을 잃을 것으로 우려된다. 이는 국내 꽁치 수요의 3분의 1에 해당된다. 물론 남쿠릴열도에서의 조업이 금지될 경우 일본 수역내에서 다른 어장을 확보하는 방안이 모색될 수 있다. 한·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대체어장을 얻을 수 있다는 실낱같은 기대도 있지만 일본 어민들의 반발 등으로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남쿠릴열도에서 조업중인 우리 꽁치봉수망 어선 26척은 1차 조업 마감시한인 지난달 28일까지 전체 어획할당량 1만5천t의 92.7%인 1만3천9백t의 꽁치를 잡은 뒤 산리쿠수역으로 들어가기 위해 공해상에서 대기중이다. 그러나 일본이 산리쿠수역에서의 '조업허가장 발급불가' 방침을 계속 고수하고 있어 이곳에서의 꽁치조업은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따라 산리쿠수역에서도 3천t 가량의 꽁치를 잡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한·일 입어협상에도 빨간 불=내년 한·일 입어협상도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일 어업협정이 발효된 지 3년이 되는 내년초부터는 '등량'(等量)원칙에 따라 상대방 수역에서 동등한 물량의 어업자원을 잡을 수 있다. 따라서 올해 산리쿠수역에서 일본측의 억지로 조업을 금지당하면 일본 수역에서의 전체 어획고가 줄어든다. 이렇게 되면 내년도 입어협상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된다. 우리나라는 일본에 비해 잠재적인 어획 능력이 충분한데다 일본수역에서의 어업의존도도 높아 가급적 많은 양의 어업쿼터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올들어 9월말까지 한국은 일본 수역에서 1만9천6백t,일본은 한국수역에서 1천6백t을 잡았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