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6개월된 새내기 주부 박성연씨(29.대치동)는 지난 설 시댁 식구들 앞에서 진땀을 뺐다. 차례상 차리는 원칙을 아느냐는 큰 동서의 물음에 갑자기 앞이 캄캄해진 것. "어두일미,동사서독,좌청룡 우백호..." 엉겁결에 내놓은 대답에 집안은 온통 웃음바다가 됐다. 가짓수가 많은데다 차리는 법도 까다로운 차례상. 요사이는 패키지로 명절상을 배달해주는 업체들이 성황이라지만 아직까지는 역시 손수 상을 차리는 가정이 대부분이다. 과도한 형식보다는 형편에 따라 준비하되 정성을 다해 기본 격식을 지키면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조언. 추석 차례상 차림은 송편을 올리는 것을 빼곤 기제사와 거의 같다. 지방과 가문에 따라 진설(陳設:제사.잔치때 상위에 음식을 벌여 차림)법이 다르지만 기본 상차림은 다섯줄. 맨앞줄에 과일,둘째줄에 포와 나물,셋째줄에는 탕(육탕 소탕 어탕),넷째줄에는 국수 전,적등을 두고,다섯째줄에는 양쪽에 촛대를 놓은 사이에 메(밥.송편)와 갱(국)을 차례대로 놓는다. 간소한 차례상 차리기를 제안하고 있는 대한주부클럽연합회의 인은숙 간사는 "전과 적을 두가지만 놓고,탕은 세가지 탕재료를 섞은 합탕을 준비하는 등 가짓수를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제주가 제상을 바라보아 오른쪽을 동(東) 왼쪽을 서(西)로 친다. 북쪽을 향해 병풍을 치고 상을 두며 상위에 흰종이를 덮는다. 파,마늘,고추가루같은 짙은 양념은 쓰지 않는 게 원칙. 상차림의 기본을 알아본다. 조율시이(棗栗枾梨) 상 왼쪽부터 대추(조),밤(율),곶감(시),배(이)의 순서로 놓는다. 호두나 넝쿨과일을 그 곁에 마지막에 다식,산자,약과등을 둔다. 좌포우혜(左脯右醯) 상 왼편에 포(문어,명태,오징어등)를,오른편에 침채(김치,동치미),숙채(불에 삶거나 쩌서 익힌나물)를 두고 간장은 그 가운데 놓는다. 어동육서(魚東肉西) 생선탕은 동쪽(오른쪽),육류탕은 서쪽(왼쪽),중앙에 채소로 끓인 소탕을 둔다. 탕은 홀수로 쓴다. 생선머리는 동쪽으로,꼬리는 서쪽으로 향하게 한다. 홍동백서(紅東白西) 붉은색 과일은 동쪽,흰색 과일은 서쪽에 놓는다.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