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전 강원도 영월군 하동면 내리분교. 가수 예민(35)씨의 기타반주에 맞춰 입을오물대는 아이들의 얼굴에선 함박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매니저 이충선씨의 신기한 마술쇼엔 일제히 탄성을 터뜨렸고 록밴드 "조이 박스"의 멤버 앤디가 민속악기를 연주할때는 고개를까딱이며 흥을 나눴다. 전교생 11명과 두 선생님(이혜선.유보애)까지 관객 13명이 전부였던 조촐한 무대. 하지만 그 곳엔 어떤 무대에서도 느낄 수 없는 소박한 행복함이 넘쳤다. 이날 공연은 예민이 "어린 꽃나무들과의 즐거운 대화"라는 이름으로 마련한 분교음악회의그 세번째 자리. 지난 20일 영월군 북면 연덕분교를 시작으로 매주 목~토요일 세차례씩 전국 오지분교 1백20개를 돌며 공연하는 긴 여행이다. 팀원은 세사람. 예민과 운전과 마술을 맡은 매니저 이충선씨와 후원 홈페이지(www.yemin.org)에 공연모습을 올릴 이윤정씨다. 여기에 앤디같은 객원 출연진이 가세한다. 예씨는 "97년쯤 "산골소년의 사랑이야기"라는 제목으로 분교를 찾아가 다큐멘터리를 찍었는데 그때 오지에서 문화에서 소외된 분교학생들을 위해 공연을 가져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그런데 막상 와서 해맑은 아이들의 모습을 보니 결핍이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죠. 공연이라기보다는 함께 노래하고 운동장에서 뛰놀고 그림도 그리면서 다같이 어울리는 자리로 만들거예요"라고 말했다. 그런 예씨에게 내리분교의 이혜선 선생님도 "아이들이 평생 잊지 못할 귀중한 경험을 했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팀은 단촐하지만 주위의 성원이 든든하다. 속옷 공장을 하는 친구는 아이들에게 주라며 꽃무늬 팬티 1백상자를 선물했고 한 제과학원에선 수강생들이 정성껏 구운 과자를 1달간 제공하기로 했다. 평소 친분이 있었던 마술사 정성모씨,한국식물원연구소 박석근소장,방송인 이금희씨등도 공연에 동참할 뜻을 밝혔다. 공연을 위해 1천만원을 대출했다는 예씨는 "일단 3개월정도 충분히 꾸려갈 수 있다"며 "그 이후엔 또 어떻게든 해나갈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며 웃었다. 공연을 후원하려면 예민 후원모임인 "꿈꾸는 사람들"을 통해 따뜻한 마음을 전할 수 있다. (02)312-0668 영월=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