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최대 명절인 추석이 코앞에 닥쳤다. 경기가 밑바닥을 헤매는 가운데 미국 테러 여파가 명절경기를 얼어붙게 하는건 아닐까 하는 우려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주초부터 상품권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명절 특수가 일어나는 조짐이 역력해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불황에다 소비심리를 위축시키는 악재가 널려 있지만 명절을 그냥 보낼 수는 없다는게 우리나라 사람들의 오랜 전통임이 여실히 입증되고 있다. 백화점 할인점 등 유통업체들과 주류 화장품 생활용품 업체들은 다양한 가격대의 선물세트를 마련, 지난해보다 30%이상 매출을 늘린다는 의욕을 보이고 있다. 선물세트 동향 =전통적인 선물세트로는 단연 정육 갈비 세트가 꼽힌다. 갈비세트는 가격이 소폭 올라 중저가(3~5kg) 세트가 잘 팔릴 것으로 예상된다. 각 업체마다 특화상품임을 내세워 고객잡기에 본격 나서고 있다. 예를 들면 롯데백화점은 충북 제천의 박달재 한우목장과 강원도 치악산 한우목장에서 엄선한 재료로 고기 세트를 만든다는 점을 강조한다. 현대백화점의 경우는 볏짚 여물을 먹여 재래식으로 키운 '화식한우'를 자체 개발 상품으로 내놓아 눈길을 끌고 있다. 연초에는 광우병과 구제역의 여파로 인해 고기세트 판매가 저조했다. 그러나 가을에 접어들어 이런 영향은 완전히 사라졌다. 예년보다 10%이상 판매량이 증가할 전망이다. 수산물 세트는 굴비 옥돔 대하 등을 중심으로 최고급 세트와 실속형 알뜰 세트로 양분될 것으로 보인다. 종전에는 굴비세트를 10마리, 20마리 단위로 한 세트에 우겨넣었으나 먹기 편리하게 6마리, 8마리씩 묶은 소용량 제품이 등장하는 등 실속형 상품이 많이 선보이고 있다. 청과나 건과 등 농산물 선물세트도 구태의연한 상품보다는 특화된 상품이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 자연송이 세트, 한방 신고배 세트, 무화과 세트 등 특화 상품들은 고객들에게 신선한 이미지를 주면서 인기를 얻고 있다. 주류도 양주 일변도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업체마다 특별한 주류세트를 마련하기 위해 6개월 전부터 소매를 걷어부치고 있다. 유럽 지역의 특별한 와인세트나 3백만원 이상의 고급 위스키 등은 사전예약을 받아 물량을 맞추고 있다. 상품권 판매동향 =롯데백화점은 이달 한달동안 상품권 판매로 총 2천5백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추석전 한달동안 1천4백80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에 비해 70% 늘어난 것이다. 신세계도 올 추석 시즌에 지난해보다 94% 늘어난 1천4백억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추석선물상품 총 매출의 32%에 달한다. 법인영업팀 관계자는 "이달 1일부터 기업체를 대상으로 단체 주문을 받고 있는데 현재 선물세트를 포함한 전체 매출의 35%를 상품권이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10만원짜리 상품권이 전체 상품권 매출의 75%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좋다"고 덧붙였다. 상품권의 주 고객은 기업체다. 직원들이나 거래업체들에게 선물하려는 물량이다. 그러나 개인들에게도 상품권 인기는 상한가다. 상품권이 인기를 끄는 배경은 편리성과 범용성 때문이다. 주고 받기 편하고 쓰임새가 다양해졌다는 말이다. 신세계의 경우 42개에 이르는 백화점과 할인점은 물론이고 조선호텔, 의류 전문점, 3만여개 SK주유소 등에서 사용할 수 있다. 삼성플라자도 단일 점포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다른 백화점들과 제휴, 전국 대부분 백화점에서 제한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알뜰 선물 고르기 =선물을 사기위해 돈을 흥청망청 쓰는 분위기는 아닌 것 같다. 아무래도 실속있는 선물 쇼핑의 지혜를 짜내야 할 때다. 우선 매장을 찾기 전 선물을 드릴 상대의 연령대와 기호, 예상 가격 등을 꼼꼼하게 점검하는게 좋다. 실용성이 높은 식품류나 가정용품도 올해 같으면 괜찮은 선물에 속한다. 선물 받을 사람의 개성이나 취향을 잘 안다면 패션 잡화류도 상관없다. 개성을 중시하고 유행에 민감한 신세대들에게는 상품권이 무난할 수 있다. 각종 정보를 충분히 활용하는 것도 지혜의 하나다. 백화점에서 발행하는 전단, 또는 신문의 쇼핑 정보란과 광고를 먼저 세심하게 살피고 업체마다 내세우는 기획상품을 눈여겨 보면 값싸게 좋은 선물을 고를 수도 있다. 같은 고기세트라도 선물받을 상대에 따라 조금씩 종류를 달리하는게 좋다. 부모님이나 은사 등 윗어른들께는 사골 꼬리 국거리류 혼합세트가,거래관계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갈비 불고기 혼합세트가 적당하다. 단체선물로는 비누 치약 샴푸 등 세제류가 가장 대중적이고 실용적이다. 타월 목욕용품 양말세트 등도 단체선물로는 제격이다. 할인점을 이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예전과 달리 할인점들도 웬만한 선물세트를 다 갖춰놓고 있다. 이에따라 5만~10만원대의 정육, 수산물 세트를 마음껏 고를 수 있다. 1만~5만원짜리 실속상품이 가장 많은 것도 할인점 매장이다. 고가 의류는 사기 힘들지만 양말이나 손수건, 넥타이, 화장품 등 잡화류도 웬만한 것은 할인점에서 구입할 수가 있다. 강창동 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