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적인 풍년과 쌀 소비 감소로 인한 쌀값 대란이 우려되고 있는가운데 강원도를 비롯한 일부 중부지방에서 밀반입된 다수확 중국산 벼가 대량으로 재배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충격을 주고 있다. 2-3년전부터 여행객 등에 의해 은밀히 반입되던 소량으로 재배되던 중국벼는 최근에는 다수확에 미질도 크게 나쁘지 않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수백-수천평 규모로대량 생산되고 있으나 농협과 행정당국은 정확한 반입경로나 재배실태 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검역무방비에 따른 병해충 유입과 국내 쌀시장 혼란 등이 우려되고있다. 18일 강원도 철원지역 농민들에 따르면 최근 몇년 사이에 입소문을 통해 퍼진중국벼가 대규모로 재배돼 수확철에 접어들면서 중국벼 생산농가에서 중국벼 수매를요구하면서 농협 등과 마찰을 빚고 있다. 철원군 A마을의 경우 전체 60여가구 가운데 6-7가구가 중국벼를 수백평씩 재배하고 있으며 B씨는 전체 논 6천평가운데 3천평 정도에 중국벼를 심어 수확을 앞두고있다. B씨의 경우 수매가 안된다는 사실을 모르고 중국벼를 심었다가 최근 이장을 통해 농협의 수매불가 통지를 받고 시름에 잠겼으며 농협 대의원인 C씨도 수매가 안된다는 말에 넋을 놓고 있다. 중국벼를 재배한 일부 농민들은 중국벼를 잡벼로 분류, 수매해줄 것을 관계기관에 요구하는 등 집단 민원을 제기할 움직임마져 보이고 있다. 또 중국벼에 대한 농협과 정부 수매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국내산 쌀과 섞여 쌀시장을 통해 시중에 유통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어 국산쌀시장의 기반붕괴 등 대혼란이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철원지역 일부 농협은 경우 최근 이장들에게 공문을 발송, '중국벼를 수매하지 않겠다'는 공식입장을 밝히고 중국벼가 수매과정에서 섞이는 것을 막기 위해 농산물검사 분야 전문가들을 고용하는 등 사회문제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이처럼 생소한 중국 벼 재배가 확산되기 시작한 것은 이삭당 낱알이 100개 내외인 재래종 오대벼에 비해 기후. 지질에 따라 220-260개까지 달리는 등 수확량이 훨씬 많은데다 갈대처럼 줄기가 굵고 튼튼해 매년 수확철에 북상하는 태풍에도 쓰러지는 피해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일반 국산쌀인 오대벼에 비해 병충해에 강하기 때문에 농약을 거의 치지 않고 재배할 수 있어 농약값을 크게 줄이고 밥맛도 크게 떨어지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농민들을 유혹하고 있다. 중국벼 재배 농민들은 "잘 쓰러지지 않고 수확도 많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웃이나 친척집에서 구해다 심었지만 벼 이름조차 모르며 다만 모두들 중국벼라고 알고있다"며 대책을 호소했다. 철원지역 농협 관계자는 "중국벼가 수확량이 많다고 해도 품질에 대한 규명이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한 톨이라도 수매량에 포함될 경우 청정 오대쌀 이미지를해칠 수 있어 수매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충남 태안지역 일부 농가에서도 중국에서 밀반입된 벼종자로 심은 벼가 소규모로 재배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용성 3호'로 알려진 이 중국벼는 국내 조생종 벼보다 10일 정도 수확이 빨라계절 마진폭을 높이려는 일부 농가에서 소규모로 재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충남 한 농업센터 관계자는 "현재 일부 농민들이 타지역에서 유통되고 있는 중국 볍씨를 얻어와 소규모로 재배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며 "하지만 충남지역은일조량이 많아 소출이 적은 조생종 벼를 농민들이 선호하지 않기 때문에 큰 규모의확산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농업진흥청 철원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이 지역 농민들이 철원평야 10∼20㏊ 정도에서 다수확 중국산 벼 품종을 재배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다수확품종들의 일반적인 약점인 미질이 떨어져 일반적인 판매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농민들이 농협 수매를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농진청은 "검역을 거치지 않은 중국벼 품종들이 각종 병해충 전달의 원인이 될수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히고 국내 품종의 유출과 마찬가지로 무분별한 해외 품종 도입을 검역 단계에서 차단하기 위해 관련 기관에 협조를 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검역 절차를 거치지 않은 벼 품종은 국내 재배가 불가능하며 이를 어길 경우 식물방역법상 1천만원 이하의 벌금과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게 돼 있다. (전국종합=연합뉴스) 이해용.윤석이.신영근기자 seoky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