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연구에 대한 세계적 흐름이 암 발생과 관련한 유전자를 규명해 예방법과 치료법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세계 의료계는 1990년대 이후 암 관련 유전자에 대한 연구를 급진전시켜 수백가지의 관련 유전자를 찾아냈고 대략적인 기능도 파악해냈다. 그러나 수많은 종류의 유전자가 암 발생과 관련있고 같은 암이라도 발생한 부위, 조직학적 구분, 인종.가계.개인 등에 따라 지극히 다양한 양상을 띠기 때문에 이론처럼 암 정복이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학자들은 지금까지의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암을 정복할 날이 멀지 않았다고 확신하고 있다. 미국암학회(AACR)가 지난 10~14일 서울에서 개최한 '국제학술대회 서울 2001'에서는 이같은 확신을 뒷받침할 첨단 의학연구 내용이 발표됐다. ◇ 대장암 예방약이 나온다 =미국 밴더빌트대학의 레이몬즈 두바이스 교수는 염증유발물질을 만드는 COX-2(Cyclooxygenase-2) 효소를 억제함으로써 대장암을 예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아스피린과 같은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S)를 지속적으로 복용할 경우 대장암 발생위험이 40∼50% 감소된다고 보고돼 관련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며 "COX-2 효소는 고형암에서 활성이 증가하기 때문에 이를 선택적으로 억제하면 대장암의 예방 및 치료제로 개발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두바이스 교수는 "동물실험결과 COX-2만을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약을 투여했더니 암의 성장이 억제됐다"며 "다양한 COX-2 억제제를 혼합 사용하면 단일제제의 사용보다 훨씬 효과적이고 암세포 성장을 유도하는 EGF 수용체 신호전달을 차단하는 것으로 판명됐다"고 설명했다. 미국 메이요 클리닉의 데이비드 알퀴스트 박사는 "대장내시경처럼 불편한 방법이 아닌 대변검사만으로 대장암을 조기진단할 수 있는 방법이 개발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암세포는 정상세포에 비해 변속에서 쉽게 파괴되지 않는다"며 "이런 성질을 이용해 환자의 대변에서 암세포를 분리한 후 DNA와 RNA를 추출해 암과 관련한 유전적 변이를 조사하면 대장암 여부와 진행정도를 예측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알퀴스트 박사는 "현재까지의 기초연구 결과 기도 식도 위 폐 담도 췌장 등에서 떨어져 나오는 암세포의 DNA분자 절단길이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이를 비교하면 어디서 암이 생겼는지 90% 이상 진단해낼 수 있다"고 말했다. ◇ 위암발생의 새로운 유전적 과정 =김호근 연세대 의대 병리학교실 교수는 "위암도 대장암처럼 암의 전단계인 선종(腺腫)을 거쳐 발병하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며 "위암은 대장암과 비교한다면 암 단계에 이르러 갑자기 염색체변화가 현저하게 나타나는 특성이 있다"고 소개했다. 김우호 서울대 의대 병리학교실 교수는 암억제 또는 발암촉진 유전자가 만드는 단백질 발현여부를 3백29명의 위암조직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p53, Muc1 유전자의 과잉발현과 smad4, FHIT, MGMt, E-cadherin, KAI1, PTEN 유전자의 발현소실이 위암환자 사망과 상당한 연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는 Muc1을 제외한 7가지가 종양억제유전자에 속했으며 이들 유전자가 어떤 조합을 이뤄 어떤 강도로 작동하느냐에 따라 위암의 악화 양상, 적합한 항암제의 선택 등을 예견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암억제유전자인 p53이 무력해지면 겉으로 과잉발현한 것처럼 보이며 Muc1 유전자에 이상이 오면 위장점막이 소장 대장과 유사한 점막으로 변한다고 덧붙였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