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생에게 성관계 대가로 돈을 주겠다고 약속한 뒤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해서 청소년성보호법 10조4항(위계에 의한 간음)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형사6부(재판장 양동관 부장판사)는 4일 여고생에게 돈을 주겠다고 약속하고 성관계를 가진 후 되레 돈을 빼앗은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5년이 선고된 정모(23)씨에 대해 특수강도와 절도죄를 적용, 징역2년6월을 선고하고 청소년성보호법 10조4항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현행 청소년성보호법 제10조4항은 '위계 또는 위력으로 미성년자를 간음한 자는 징역 5년 이상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정씨와 성관계를 가졌던 여고생은 성경험이 있어 성관계에 대한 사리 판단력이 있었고 스스로 성교행위로 나아간 점이 인정된다"며 "사전에 여고생이 성관계를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에 정씨가 위계를 사용했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성관계에 대한 개념이 없는 미성년자를 상대로 치료나 종교의식을 빙자, 간음한 경우가 아니면 사전에 청소년이 성관계에 대한 인식이나 개념이 있었을 경우 이 조항을 적용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정씨에 대해 청소년성보호법 5조1항(성매매)을 적용, 처벌할 수 있는 여지는 있지만 사실상 사기에 해당하는 행위를 약속으로 볼 수 있는지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씨는 올해 1월 인터넷 채팅을 통해 만난 여고생 K(16)양에게 50만원을 주겠다고 약속하고 K양의 자취방까지 찾아가 성관계를 가진 뒤 오히려 K양을 위협, 현금 20만원 등을 빼앗은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서울=연합뉴스) 조계창 기자 phillif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