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국내 영화계를 강타한 곽경택 감독의 영화 '친구'처럼 폭력조직에서 함께 성장해 두목까지 오른 친구를 살해한 폭력배가 경찰에 검거돼 폭력조직의 비정함과 냉혹함을 실제로 확인시켰다. 경기지방경찰청은 평택지역 폭력조직 C파의 두목 이모(32)씨를 살해하도록 지시하거나 살해한 혐의(살인교사 및 살인)로 같은 조직에 있던 김모(32)씨 등 폭력배 10명을 구속했다고 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달 28일 오전 3시께 자신을 따르던 조직원들이 평택시 비전동 B의류매장 앞길에서 C파 두목 이씨를 흉기 등으로 마구 찔러 살해한 뒤 안성시 모 의료원 앞에 이씨의 시체를 유기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김씨는 살해된 이씨와는 지난 17년동안 각별한 우정을 키워온 절친한 친구사이. 지난 85년 평택시내 모 중학교를 함께 졸업한 이들은 평택지역에서 큰 세력을 유지하고 있던 폭력조직인 C파에 들어가 활동하며 행동대장으로까지 함께 성장해왔다. 가족들과도 친분을 두텁게 쌓아왔던 이들이었지만 조직내에서는 김씨가 이씨보다 좀더 잘나가는 폭력배로 성장했고 조직원들로부터 보다 나은 대접을 받았다. 그러던 중 지난해 3월 김씨가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에 입원하자 이씨는 사비를 들여가며 김씨를 특실로 옮기고 혼자 6개월동안 김씨의 대.소변을 받아내는 등 병수발을 하면서 끈끈한 우정을 과시했다. 그러나 퇴원 후 교통사고의 후유증으로 한쪽팔이 부자유스럽게 된 김씨의 조직내 입지가 약해지면서 이들의 오랜 우정은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했다. 김씨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약해지면서 이씨의 영향력이 커졌으며, 지난달 20일에는 구속 수감중인 C파의 두목 등 선배들을 제치고 이씨가 조직의 두목으로 추대됐다. 이 과정에서 이씨의 측근이었던 다른 이모(31)씨가 부두목 행세를 하며 조직 내 세력싸움에서 밀려난 김씨와 김씨의 측근들을 제거하려하자 김씨와 그 추종세력은 지난달 25일 조직을 탈퇴, 신(新) C파를 결성했다. 김씨 등은 곧바로 자신들을 천대한 이씨세력을 제거하기로 결심하고 28일 새벽 이씨를 잔혹하게 살해한 뒤 시체를 병원에 유기했으며 C파의 부두목 이씨도 제거하려다 이씨가 서울에 올라가있는 바람에 실패했다. 김씨는 경찰에서 "후배들이 두목이된 친구 이씨를 손봐준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목숨까지 빼앗을 줄은 정말 몰랐다"며 눈물을 흘렸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아무리 친한 친구사이라도 조직 내 세력쟁취를 위해서는 잔혹한 살인까지 마다않는 폭력조직의 비정함과 냉혹함을 보여주고 있다"며 "영화처럼 폭력조직이 미화되서는 결코 안된다"고 밝혔다. (수원=연합뉴스) 김인유기자 hedgeho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