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후진국형 전염병인 콜레라가 국내에서 확산될 조짐을 보여 보건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콜레라는 균에 오염된 물이나 음식을 먹고 발병하는 수인성 전염병이다. 미국이나 유럽의 선진국에서도 주로 해외 여행지 감염을 통해 콜레라 환자가 극소수 발생하나 청결한 음식문화와 주거환경 덕분에 확산되는 사례는 없다. 반면 주거환경이 깨끗하지 못하고 상.하수도가 제대로 정비되지 않아 지하수 이용 주민이 많은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의 후진국에서는 한번 콜레라가 발생하면 쉽게 잡히지 않고 크게 유행하는 예가 많다. 그런 의미에서 '선진국 클럽'으로 지칭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회원국인데다 세계 10위권에 근접하는 국제교역 규모를 자랑하는 우리나라에서 그것도 월드컵 개최를 불과 9개월 앞두고 콜레라가 집단 발병한 것은 국제적인 망신이 아닐 수없다. 콜레라는 엄청난 확산성과 높은 치사율로 과거에 공포의 전염병으로 손꼽혔던 적이 있다. 그러나 의술과 의약품이 획기적으로 발달한 요즘에 와서는 크게 위협적인 질병이 아니다. 콜레라균이 물이나 음식물을 통해 인체안에 들어오면 2-3일 뒤부터 살뜨물같은 설사와 함께 구토를 일으킨다. 그러나 적절한 치료를 받기만 하면 생명을 잃는 경우는 드물며 특히 건강한 청.장년은 콜레라에 감염돼도 가벼운 설사 정도를 끝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국내에서는 지난 1990년 이후 ▲91년 113명 ▲95년 68명 ▲96년 2명 ▲97년 12명 ▲99년 3명 등 모두 198명의 콜레라 환자가 발생했으나 사망한 경우는 91년의 4명이 전부다. 그러나 체력이 약한 노약자의 경우 콜레라에 걸려 하루 10차례 이상 설사를 하면 탈수와 쇼크로 생명이 위험해질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콜레라의 주감염원은 끓이지 않은 지하수와 조개,새우,게,활어 등의 어패류이다. 따라서 해산물 등 음식물을 반드시 익혀 먹고 물은 끓여서 마시며, 귀가후 손씻기 등 개인위생 관리를 철저히 하면 콜레라 감염은 피할 수 있다. 해산물을 많이 취급하는 일식당 등에서는 조리 전후에 반드시 손을 깨끗이 씻고 행주,칼,도마 등 조리기구는 자주 소독해 사용해야 한다. (서울=연합뉴스) 한기천기자 sh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