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대학교수가 서울 서초동에 '생명을 살리는 수학연구소'를 설립,무료로 '생각하는 수학'을 가르치고 있어 화제다. 서울교대 교수로 국정교과서 수학과 편찬위원장을 맡고 있는 배종수(54)씨가 그 주인공. 그는 "수학을 올바르게 가르쳐야 한다"며 지난해 4월 연구소를 설립했다. "나눗셈의 개념을 제대로 아는 국민이 전체의 5%에도 못 미치는데 어떻게 국가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겠느냐"는게 그의 지론이다. 그는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소년소녀 가장 등 1백20여명을 대상으로 무료로 수학을 가르치고 있다. 수업은 월·수·금요일 오후 5시부터 시작돼 9시까지 계속된다. 배 교수는 피에로 복을 입고 수학적 상상력을 길러낼 수 있도록 팬터마임을 하면서 강의를 한다. 말 한마디 안하고 행동으로 호기심을 유발시킨다. 학생들은 다양한 상상력으로 그림을 그리고 수학식도 만들면서 토론을 한다. "교육이 뭐냐고 물어보면 '씨앗'이라고 말하지요. 하지만 실제로는 당장 먹을 수 있는 '양식'으로만 생각합니다" 배 교수는 "교육이란 씨앗의 싹을 틔워 백배 천배로 수확하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단순히 문제를 잘 풀기 위한 것이 아니고 사고의 폭을 넓히고 창의력을 높이는게 진짜 교육의 목표라는 것이다. "고3이 돼서 수학을 포기하는 학생들이 부지기수입니다. 주입식 교육에 오염돼 있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지요" 그는 학생들이 스스로 궁금증을 느끼고 탐구의 필요성을 느끼도록 부추겨 주는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학의 원리를 아주 쉽게 풀어서 설명한다. 사과 3개를 각각 반으로 나누면 6조각이 된다는 식으로 3÷1/2이 왜 6이 되는지를 설명한다. 답을 찾기보다는 여러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배 교수의 이같은 수학지도법이 KBS MBC EBS 아리랑TV등을 타면서 수학연구소에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그는 "국민을 대상으로 수학의 개념을 재정립시켜 보겠다는 꿈이 서서히 영글어가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배 교수는 초등학교 교사를 거쳐 1984년부터 서울교대에서 수학을 강의해 오고 있다. 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