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출간된 '산골소녀 영자(18)' 부녀의 시집 「영자야, 산으로 돌아가자」(도서출판 신풍)는 다른 사람이 쓴 가짜라는 양심선언이 나와 파문이 일고 있다. 시인 이청리(45)씨는 30일 연합뉴스에 이메일로 '양심선언문'을 보낸 뒤 전화를 걸어와 "신풍의 대표 김기은씨가 지난 봄 영자양과 아버지 이원연(올해초 작고)씨가 쓴 시편을 들고 집으로 찾아와 '수준이 너무 낮으니 새로 써 달라'고 부탁했다"며 유고 시집은 원문과는 전혀 다른 자신의 순수 창작품이라고 밝혔다. 이씨는 또 영자양이 머물고 있는 사찰 관계자의 말을 인용, 영자양도 시집에 실린 작품이 자기가 쓴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씨가 넘겨받은 영자 부녀의 시 원문들은 대학노트에 씌어진 영자양의 글 50여편과 8절지에 적힌 아버지의 글 100여편이며 시(詩)라기보다는 초등학교 1학년 수준에도 못미치는 일기체 형식이었다는 것. 이 가운데 아버지의 글은 8절지를 사다준 김씨의 유도로 씌어졌다는 게 이씨의 주장이다. 이씨는 "김씨가 처음 유고 시집을 낸다고 했을 때 조시를 쓴다는 순수한 마음이었고 시집 출간이 고인의 소원이었다는 말을 듣고 시를 재창작하게 됐다"면서 "돈 버는 일이면 어떤 일도 자행하는 김씨의 행동를 보고 양심선언을 하게 됐으며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독자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기은씨는 "이씨가 유고 시들을 매끄럽게 다듬었을 뿐, 새로 창작한 것은 아니며 시 원본들은 나와 이씨 사이에서 오가는 사이에 분실돼 이를 증명할 길이 없다"고 상반된 주장을 폈다. 김씨는 또 "갑작스럽게 사망한 고인과 영자양을 위로한다는 순수한 동기에서 시집을 냈고 작년에 수필집ㆍ시집 출간을 계약한 뒤 영자양 부녀에게 100만원의 인세를 줬으며 이번 시집은 3천부 정도 팔리는 데 그쳤다"면서 인세를 제대로 주지 않았다는 이씨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영자양은 강원도 삼척시 산골에서 아버지와 함께 약초를 캐며 생활하던 중 지난해 TV 프로그램을 통해 세간에 알려지면서 화제가 됐다. 그러나 올해 2월 아버지가 금품을 노린 강도에 피살되자 이에 충격을 받고 불교에 귀의하는 아픔을 겪었다. (서울=연합뉴스) 이성섭 기자 leess@yna.co.kr